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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삼성화재배세계바둑오픈] 그냥 일어설 수는 없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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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제10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8강전 하이라이트>
○. 김명완 7단(한국) ●. 후야오위 8단(중국)

김명완 7단은 신예대회에서 두 번 준우승한 게 아니라 세 번 준우승했다. 1998년과 99년, 그리고 2002년 비씨카드배 신인왕전에서 잇따라 결승에 진출했으나 모두 준우승에 머물렀다. 본란에서 '두 번 준우승'이라 쓴 것은 필자의 착각이었다.

준우승, 즉 2등은 좋은 것이 아니다. 썩 잘한 성적임에도 아픔은 몇 배나 크다. 전남 진도 출신의 수재 김명완이 고려대에 진학한 것은 어쩌면 토너먼트 기사로서 어렴풋이 한계를 느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승부란 참으로 신기한 것이어서 마음을 비우면 이긴다. 28세의 김명완이 올해 삼성화재배 예선과 본선에서 거둔 7연승은 마음을 비운 결과였다.

비록 후야오위(胡耀宇)라는 강적 앞에서 무릎을 꿇고 말았으나 그는 이번 삼성화재배에서 최대의 이변을 연출했다.

장면1=116은 A의 봉쇄를 피하는 절대의 한 수다. 이 수를 기다려 후야오위는 차근차근 좌변 백의 목을 조여온다. 그리고 121로 먹여쳤을 때 백의 괴로움은 극에 달한다. 122로 되몰 수밖에 없다. 이 수가 유일한 버팀수다.

<참고도>=122로 백1로 따내면 흑2로 빠져 이 수상전은 백이 그냥 진다.

장면2=바둑은 쉽게 결판이 났다. 123으로 패를 따냈을 때 백은 좌상 124에 패를 썼으나 흑은 바로 불청했다. 좌하귀를 몽땅 잡아버린 것이다. 백도 126으로 좌상귀를 잡긴 했으나 크기가 상대가 안 된다. 127로 꼬리가 살아갈 때 김명완은 돌을 던지고 싶었다. 그러나 김명완은 취한 듯 100여 수를 더 두었다. 역전의 희망은 없었다. 청춘을 바쳐온 바둑이었고 꼭 이기고 싶었던 한판이었기에 그냥 일어설 수 없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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