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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의 공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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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강홍준
강홍준 기자 중앙일보 데스크
강홍준
사회1부장

자녀 교육에 돈을 쓸 때 투자 대비 산출 효과를 자주 생각했다. 아이 둘을 키우면서 그 효과를 따져보니 가장 낮은 과목은 수학이었다. 초등부터 고등에 이르기까지 단계형 교육과정으로 돼 있는 수학의 특성도 여기에 한몫했다. 어느 한 단계에서만 삐끗해도 수학이란 사다리에서 굴러떨어지곤 했다. 초등·중학·고교에 이르기까지 투자하는 돈이 줄지 않은 건 수학을 놓게 할 수 없어서였다.

 게다가 수학은 “왜 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부르는 과목인 것 같다. 삼각함수는 왜, 미적분은 어디다 쓰려고 등등. 그런 질문을 내가 받아도 딱히 줄 수 있는 말이 없었다. 가끔은 “사고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돼”라고 답해주지만 속 시원한 답이 아니라는 걸 내 스스로 더 잘 안다. 솔직히 고교 때 배운 삼각함수, 미적분을 고교 졸업 후 단 한 번도 어디다 써 본 기억은 없다.

 지난 4월 수능 모의평가에서 수학이 다소 어렵게 출제되면서 수학으로 쏠림이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쏠림이란 학생들이 느끼는 학업부담과 사교육을 부르는 수요다. 수학의 공습이 시작된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는다. 영어는 이미 쉽게 출제되고 있고, 현재 고1이 치르는 수능에선 영어가 절대평가 도입 예고로 쏠림이 가속화하고 있다.

  절대평가는 각 학년에서 배워야 할 수준에 도달했는지 측정하는 방식이다. 그런 측면에서 절대평가의 특성에 가장 잘 맞는 과목은 영어보다 수학이다. 영어는 고교를 졸업해서도 마주칠 일이 많은 과목인 데 비해 수학은 이공계나 경영·경제 전공자를 제외하면 마주칠 일이 거의 없다.

 수학 전공자도 세부 전공별로 나뉜다. 집합을 전공한 수학자, 정수를 전공한 수학자 다 따로다. 그래서 수학자에게 뭘 물어보면 “내 전공이 아니어서 잘은 모르겠으나…”란 답을 듣기도 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의 모든 고교생은 다항식의 연산부터 지수와 로그에 이어 미적분까지 해야 하는 현실이다. 30년 전 고교 수학 시간과 달라진 게 거의 없다. 정해진 시간 내에 누가 빨리 푸는지 경쟁하는 시험 체제도 끄덕없이 유지되고 있다.

 교육부는 오는 9월까지 수학 교육과정개편 최종안을 내놓는다고 한다. 그 내용이 스토리텔링 식으로 수학을 가르쳐 학생들이 수학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게 하겠다는 수준에 머물지 않기를 바란다. 교사가 가르쳐야 할 내용이 한가득인데 쉽게, 재미있게 가르치라고 요구하는 건 고문에 가깝다.

강홍준 사회1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