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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 주자가 성공한 사업 모방해 신흥국 시장 선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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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4호 03면

독일의 인터넷 상거래 기업인 로켓인터넷. 2007년에 설립된 이후 인수합병과 자회사 설립으로 시장을 넓히며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상거래뿐 아니라 모바일, 의류, 숙박업 등 사업 영역을 무한 확장하고 있다.

후발 소프트웨어 기업의 성공 비결

 성공 비결은 모방 DNA다. 선진국에서 검증된 벤처사업만을 골라 신흥국 시장에 재빨리 선보이는 게 로켓인터넷의 비즈니스 모델이다. 실제 독일에 세운 인터넷 경매사이트 ‘알란도’는 ‘이베이’에, 소셜커머스업체 ‘시티딜’은 ‘그루폰’에 팔렸다. 이들의 사업 실행력은 놀랄 만한 수준이다. 신규 회사를 발굴해 론칭하는 데 100일이면 충분하다.

100일 안에 새로운 회사 창업
전문가 그룹의 사업 모델 발굴 능력과 최적의 경영진, 전방위적 지원이란 삼박자가 맞아떨어졌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제 로켓인터넷은 100여 개국에 70개가 넘는 기업체와 2만여 명의 직원을 거느린 IT 왕국으로 성장했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김준연 박사는 “기업이 성장하려면 기술만 필요한 게 아니다”라며 “서비스를 통합하는 능력, 자회사 간 시너지를 내는 능력도 혁신의 또 다른 영역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소프트웨어 경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건 핵심 인재다. ‘핵심 인재 한 명이 수천, 수만 명을 먹여살린다’는 말은 이제 상식이다. 소프트웨어업계의 경우 인재들이 유망 기업을 찾아 이동하는 주기가 갈수록 짧아지는 추세다. 이로 인해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여전히 최고의 인재를 갈망한다. 최신식 기숙사, 직원 식당, 헬스장, 수영장 등 직원 중심의 부대시설은 인재 확보의 기본조건이다. 높은 임금과 성공 보수 역시 마찬가지다.

 인재를 뽑아 기업에 최적화된 전문가로 재탄생시키기 위한 내부 투자도 활발하다. 인도 IT업체 인포시스는 인력 개발에만 연간 2억 달러를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소프트웨어 기업이 새로운 인재형에 눈을 돌리고 있다. 최근 독일 기업 SAP와 미국 마이크로소프트는 자폐증 환자 채용을 과감히 선언했다. 일부 자폐증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뛰어난 집중력과 관찰력, 높은 지능이 소프트웨어 검사·프로그래밍에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극단에서 오는 혁신과 새로운 인재 유형 발굴을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란 기대심리가 반영된 사례들이다.

제조업에 소프트웨어 입혀 발빠른 변신
전통의 강호는 변화에 둔감하다. 변화는 오히려 실패에 대한 위험부담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섣부른 혁신은 안주하는 것만큼이나 경계 대상으로 취급받는다. 하지만 메가트렌드를 정확히 읽어내는 통찰력과 철저한 준비가 뒷받침된다면 혁신은 시간문제다.

 제조업의 성공신화인 제너럴일렉트릭(GE)의 경우가 그렇다. GE는 최근 기계라는 하드웨어에 빅데이터 분석이라는 소프트웨어 기술을 수혈했다. 차세대 비즈니스 모델인 산업인터넷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산업인터넷은 모든 산업장비에 인터넷이 접목된다는 의미다.

 센서가 부착된 각종 장비들로부터 산출되는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현장에서 발생하는 각종 문제를 해결한다. 비효율을 최소화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다. 항공기, 철도, 병원 등 다방면에 적용이 가능하다. GE는 산업인터넷 기술로 2013년 한 해에만 10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였다.

 전기자동차 제조업체 테슬라도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린다. 대표 굴뚝산업인 자동차 분야 벤처기업이 불과 10년 만에 세계적인 전기차 생산업체가 됐다. 현재 테슬라의 최대 관심사는 전기로 움직이는 무인차다. 소프트웨어 개발에 전력하고 있는 이유다. 차가 오래돼 고장나도 정비소에 가서 부품을 교체할 필요가 없다. 집에서 무선 인터넷으로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면 성능을 높일 수 있다는 게 테슬라식 발상이다. 첨단 공장의 혁신도 주도하고 있다. 공장 직원이 담당하던 조립과 용접, 도색 업무를 이제는 첨단 로봇이 대신한다. 미국 애널리스트들은 테슬라의 기업 가치가 2025년이면 애플의 시가총액과 맞먹는 7000억 달러에 이를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우리 정부도 글로벌 기업의 성공 DNA를 본보기 삼아 세계적 기업 육성에 사활을 걸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국내에서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지닌 소프트웨어 기업이 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며 “R&D를 성과지향형으로 바꿔 창조경제의 성과가 나타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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