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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ew York Times] 파킨슨병 치료법 업그레이드 기대 다른 뇌질환에 적용할 수 있는 길 터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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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4호 06면

1 서울대병원 의료진이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뇌심부자극술을 시행하고 있다. [사진 서울대병원] 2 뇌 사진에 보이는 얇은 선은 뇌심부자극술에 사용되는 절연처리된 와이어고, 빨간색으로 띄엄띄엄 표시된 부분은 수술해서 삽입한 전극이다. [사진 캘리포니아주립대]

캘리포니아주립대 샌프란시스코 캠퍼스 신경외과의사인 필립 스타 박사. 1998년 그는 파킨슨병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전극을 뇌 속에 이식하는 수술을 시작했다. 파킨슨병 환자는 운동과 관련된 뇌조직이 서서히 파괴되면서 동작이 제어되지 않는다. 처음에는 약으로 증상을 완화할 수 있지만 증상이 악화되면서 운동기능은 더욱 통제가 어려워진다. 이를 치료하기 위해 시작한 것이 뇌심부자극술이다. 스타 박사는 “약을 먹지 않으면 뇌 작동이 멈춰버릴지 모르는 중증 환자도 머리에 전극을 대고 스위치를 켜니 갑자기 걷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뇌심부자극술 치료 효과 실마리 찾아

미 식품의약국 치료법 승인
뇌심부자극술(deep brain stimulation·DBS)은 1990년대에 개발돼 2002년 미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파킨슨병을 치료할 수 있도록 승인을 받았다. 개발 후 지금까지 10만여 명의 환자가 전극 이식수술을 받았다. 뇌심부자극술은 병의 진행을 멈추지는 못하지만 많은 환자의 병세를 몇 년 전의 상태로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명백한 치료 효과에도 지금까지 스타 박사 같은 의사들은 정확하게 이 시술이 뇌에 어떤 작용을 하는지 알지 못했다. 박사는 “눈에 띄는 결과가 있어 시술을 하지만 어떤 메커니즘으로 효과가 나타나는지 잘 몰랐다”고 말했다.

 이 같은 궁금증에 실마리가 될 연구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DBS가 오작동을 일으키는 파킨슨병 환자의 뇌 병변에 미세전류를 흘려보내면서 해당 부위가 과잉 작용하는 것을 풀어준다는 내용이다. 이 결과는 13일 과학학술지 네이처 뉴로사이언스 인터넷판에 공개됐다. 이를 활용해 과학자들은 더 나은 파킨슨병 치료법을 개발하고, 우울증이나 강박장애 같은 다양한 뇌장애질환에 뇌심부자극술을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뇌심부자극술은 대뇌 아래쪽에 위치한 기저핵(basal ganglia)이나 중뇌(midbrain) 부분에 전극을 삽입해 자극한다. 기저핵은 뇌 운동을 통제·제어하는 게 주임무다. 그런데 파킨슨병이 진행되면 이 부위에 도파민(신경전달물질)을 생성하는 작은 뉴런들이 죽는다.

베타리듬이 파킨슨병 증상 개선
뇌 속에 흐르는 전류의 리듬도 변한다. 뇌는 보통 서로 다른 주파수 특성을 갖는 전기적인 파형을 발생한다. 이 파동 중 하나가 베타리듬이다. 진동수가 초당 13~30사이클로 다른 리듬에 비해 낮다. 몇몇 연구결과에 따르면 베타리듬은 뇌의 각각 다른 부분들이 (마치 하나의 오케스트라처럼) 서로 긴밀히 연동해 작동하도록 한다.

 과학자들은 베타리듬이 최고조에 이를 때마다 뇌의 뉴런들이 특정 정보신호를 다른 뇌 영역에 보낼 수 있도록 준비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베타리듬이 신호를 조율하면서 뇌 속의 신경세포들은 서로 연동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의 공동저자인 캘리포니아주립대 샌프란시스코 캠퍼스의 연구원인 코랄리 드 햄틴 박사는 “베타리듬이 (뇌 부분들 사이의) 효과적인 소통을 돕는다”고 설명했다.

 과학자들은 베타리듬의 강도가 변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리듬이 강하면 뉴런에 더 강한 시그널을 보내고 뇌가 더 강하게 연동하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베타리듬이 너무 세도 일부 뉴런은 동일한 움직임 패턴에 갇혀 기능을 잃게 된다.

 우리가 일상에서 문고리를 쥐거나 걸을 때 뇌 속의 운동피질이라는 부분이 명령을 내린다. 과학자들은 운동피질이 명령을 내리기 직전에 뉴런 동기화가 먼저 풀린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뉴런 동기화가 해제되면서 운동피질이 움직임을 위한 전기적 신호를 내보낼 수 있게 된다. 파킨슨병 환자는 베타리듬의 동기화가 강해지는 현상이 뇌의 전반에서 일어난다. 스타 박사와 동료 연구자들은 이 변화가 병의 증세를 악화시키는지 궁금했다.

 이들은 연구를 위해 뇌심부자극술을 위해 전극을 삽입하는 도중에 실험을 했다. 그들은 운동피질에 얇은 와이어로 된 센서를 설치해 뇌의 여러 부분에 있는 뉴런의 신호를 관찰했다. 그 결과 파킨슨병 환자의 운동피질의 뉴런이 일반인들에 비해 더 강력하게 연동돼 작동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 강한 연동성이 파킨슨병 환자가 실제로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강력한 연동 때문에 뇌가 그 연동을 깨뜨리면서 시그널을 보내 몸의 각 부분을 움직이게 하는 것을 어렵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 신경전달물질 개발에 도움
스타 박사와 연구진은 실험을 통해 지금까지 뇌심부자극술이 치료 효과를 보인 것은 뇌 속의 연동성에 영향을 줬기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그리고 이어진 다음 수술에서는 전류가 흐를 때와 흐르지 않을 때의 운동피질을 관찰했다. 그 결과 전류가 흘렀을 때 운동피질 내 뉴런 시그널의 연동성이 떨어지고, 따라서 제각각 자유롭게 시그널을 주고받는다는 것을 알아냈다.

 수술은 환자의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연구진은 환자의 신체 움직임을 테스트하기도 했다. 환자들은 앞에 놓인 터치스크린 속의 점을 정확하게 만질 수 있을 만큼 자신의 의지대로 몸을 움직였다. 이를 통해 연구진은 운동피질의 뉴런들이 자유롭게 제 시그널을 보낼 수 있을 때 신체활동 또한 자유로워진다는 점을 확인했다.

 플로리다대 교수이자 미국 국립파킨슨재단 디렉터인 마이클 오쿤 교수는 “스타 박사팀의 연구는 훌륭하다”고 칭찬했다. 하지만 그는 뉴런 속 베타리듬의 획일성 말고도 파킨슨병에는 다른 원인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 보이텍 박사는 “이번 연구가 앞으로 더 정교한 전극삽입술을 가능케 할 것”이라며 “앞으로 스마트 신경전달물질 개발에 길을 알려준 중요한 연구”라고 평가했다. 이어 “지금까지 전극은 일정한 파동의 전류만 흘려보냈지만 앞으로는 전류의 강약을 조절해 내보낼 정도로 정밀한 전극을 개발해야 한다”고 그는 지적했다.

감수=가천대 뇌과학연구원 최상한 박사

번역=김지윤 코리아중앙데일리 기자 kim.jiy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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