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사설] 국민은 학생만 생각하는 교육감 원한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424호 02면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교육현장이 또다시 혼란스러워지고 있다. 유치원생과 초·중·고생 117만 명의 교육을 책임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취임 9개월 만에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은 것이다. 상급심과 최종심이 남아 있지만 1심 판결만으로도 조 교육감은 도덕성에 상처를 입고 행정 동력을 상실했다.

 전임자들처럼 그 역시 중도하차 위기에 몰리자 2007년 시행된 직선제의 존폐 여부를 놓고 이념 대립까지 벌어지고 있다. 보수 진영은 직선제 폐지를, 조 교육감 지지파인 진보 진영은 유지를 주장한다. 교육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는 안중에도 없는 모습이다.

 교육감이 어린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어떤 철학과 가치관을 갖고 정책을 펴느냐에 따라 그 지역 교육방향이 확 달라진다. 미국 교육 개혁의 아이콘으로 불린 미셸 리 전 워싱턴DC 교육감이 그 한 예다. 2007년 시장 초빙으로 교육감에 임명되자 재임 3년간 무능 교사를 퇴출하고, 정치적 이유로 결정됐던 정책을 철저히 학생 중심으로 뜯어고쳤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전국 최하위 수준이던 워싱턴DC의 공교육 수준이 상위권으로 치솟았다. 교육감 한 명이 미국 심장부의 교육을 바꿔 놓은 것이다.

 그에 비하면 우리의 현실은 참담하다. 주민들이 뽑은 서울시교육감 네 명이 줄줄이 법의 심판을 받고 있다. 공정택 전 교육감은 부인 재산 누락 신고 혐의로, 진보 인사인 곽노현 전 교육감은 후보 매수 혐의로 각각 유죄 판결을 받고 낙마했다. 문용린 전 교육감 역시 지난해 선거 때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1심이 진행 중이다.

 보수와 진보를 넘나든 네 교육감의 재임 기간은 평균 1년 남짓에 불과하다. 교육 현장에 정책이 제대로 착근될 리가 없다. 보수 교육감이 자사고와 고교선택제를 확대하면, 진보 교육감은 이를 뒤집었다. 진보가 당선돼 학생인권조례와 혁신학교를 도입하면 후임인 보수가 뒤집는 ‘널뛰기’가 이어졌다. 미셸 리처럼 오로지 학생만 바라봐야 하는데, 교육감들이 진영 논리에 갇혀 오바마 대통령도 부러워한 서울의 교육을 망치고 있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법원이 조 교육감에 대한 재판을 신속히 진행하기를 촉구한다. 공직선거법(제35조 및 제203조)상 오는 9월 30일까지 최종심을 확정할 수도 있다고 한다. 그 기간 내 당선무효형이 나오면 10월 마지막 수요일에 선거를 치르고, 반대의 경우라면 ‘식물 교육감’의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 만일 내년 3월 14일까지 최종심이 늦춰져 총선(4월 13일) 때 선거를 한다면, 그 기간만큼 혼란 상태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 몫 아닌가.

 더불어 직선제 존폐는 냉철하고 신중하게 접근할 것을 제안한다. 차기 선거는 2018년 4월이므로 아직 3년이 남아 있다. 우선 과열·혼탁·고비용 선거, 과도한 이념 대립, 깜깜이 투표 등 직선제의 폐해를 면밀히 짚어볼 필요가 있다. 진영 논리가 문제라면 ‘직선제 개선 독립기구’를 구성할 필요도 있다. 그 다음 시·도지사 러닝메이트제나 임명제, 학부모·교사 등에 제한적 선거권 부여 등 여러 안에 대한 국민 의견 수렴 과정이 필요하다.

 선진국도 다시 벤치마킹해야 한다. 미국은 13개 주(州)만 직선이고 대부분은 주지사가 의회 동의로, 혹은 주교육위원회가 임명한다. 영국은 교육위원회가, 일본 도·도·부·현은 교육위원 중에서 임명한다. 우리도 시·도지사가 유능한 인재를 초빙해 의회 인준을 받아 임명하는 방안을 검토할 만하다. 이 모든 과정의 귀착점은 역시 교육 수요자여야 한다. 그래야 우리도 미셸 리 같은 교육감을 볼 수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