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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병 환자가 늘고 있다|「해외건설 근노자 건강관리」세미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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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근로자들의 해외취업 증가와 함께 해외여행자가 늘어나면서 열대병의 유입이라는 새로운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연세대 열대의학연구소는 이 문제에 대한 관심 제고를 위해 24일 『해외건설근로자의 건강관리』를 주제로 한 15차 열대의학세미나를 개최했다.
열대성질병이란 열대지역의 기후 토양등 여러가지 환경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온대나 한 대지역에서 보다 많이 발생하고 만연도가 강한 질병을 뜻한다.
우리나라 근로자들이 많이 진출하고 있는 중동·아프리카 동남아등지의 주요 열대병으로는 세계보건기구가 6대 열대성 질병으로 지정한 말라리아, 주혈흡충병, 사상충병, 트리파노소마병(수면병등), 칼라아자르 (흑열병) 피부리슈마니아병등 리슈마니아병, 나병을 비롯, 황열·발진티푸스등 수십종에 이른다.
열대지역에서는 이들 병원체와 매개체가 연중활동, 번식하면서 체류자들에게 열대병을 감염시키고 그결과 입원치료 또는 강제귀국의 사례도 점차 늘어나고 있어 그 개인은 물론 국가저인 손실도 크다고 지적됐다.
세미나에서 이화여대 의대 민홍기교수(기생충학) 는 열대지역 취업자로부터 유입된 기생충성 질환으로는 말라리아 흑열병 피부리슈마니아증·빌하르츠 주혈흡충증 광동주혈선충증등을 들었다.
피부리슈마니아병의 경우 75년 1예가 보고된 후 78년 2예, 78년 1예, 80년 2예, 81년 3예, 82년 10예등 점차 증가되고 있다.
주혈흡충증의 경우는 80년대에 취업근로자 3명으로부터 유입된 보고가 있었으며 광동주혈선충증은 80년 사모아에서 아프리카 달팽이를 생식하고 귀국한 10명의 선원에게서 처음으로 유입되었다고 보고됐다.
서울대의대 이순형교수(기생충학) 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건설기능공으로 1년간 취업한 사람으로부터 유입된 흑열병1예의 치료결과를 발표했다.
이 흑열병은 나방 파리에 물려 원충이 채내에 주입되는데 고열과 간종대 비종대빈혈 체중감소등의 증상을 보인다는 것.
또 연세대의대 민득영교수(기생충학) 는 아프리카에서 유입된 선천성 말라리아의 첫 케이스를 보고해 관심을 모았다.
지난2월 고열과 피부 황달로 입원했던 이 환자 (생후1개월20일) 는 말초혈액검사결과 열대열 말라리아로 진단됐는데 아기의 엄마가 임신7개월째 아프리카의 오트볼타에 여행중 말라리아에 감염되었었다는 것.
「이사오 에비사와」 박사(일본도꾜대) 는 이러한 열대병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곤충에 물리지 않도록 하고 현지 음식에 주의하며 특히 끓이지 않은 물은 마시지 말고 외출시에는 항상 끓인물을 휴대하도록 권고하고 열대지방에서 돌아온 후에는 적어도 4∼6주까지 예방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발표자들은 어떤 열대병들이 언제, 어떻게 국내에 들어왔는지 현재로서는 확인하기가 힘들고 자칫 국내유행을 유발하거나 풍토병으로 자리잡을 위험도 있기 때문에 해외진출자에 대한 충분한 사전교육과 현지 건강진단을 주기적으로 실시함은 물론 열대지역 체류자에 대한 귀국시 검진을 의무화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한림대 길병도교수(예방의학) 는 82년 1월부터 83년 2월까지 해외취업 예정근로자 6천59명 대상으로 진한 결과 질병 유소견율이 23·6%로 나타나 일본의 91%에 비해 2.6배나 된다고 보고했다.
연령별로는 35세이상의 경우 질병유소견율이 10.2%였으며 직종별로는 타일공(32.9%), 도장공(32.1%), 용접공(27.0%)등 분진이 많이 발생하는 직종에 높았다.
또 질환별로는 난청이 유소견자의 41.4%, 순환기계질환이 21.1%,호횹기계 질환이 17.7% (이중 결핵이 71.1%) 였으며 특히 소음성 난청은 기계공·운전공·중장비공등에서 50%이상의 유소견율을 보였다.
또 연세대의대 강진경교수(내과) 는 77∼83년까지 중동· 아프리카지역에서 사고나 질병으로 후송된 환자는 1천6백25명(연평균 2백32명) 이라고 보고했는데 골절척추손상 뇌손상 환자가 전체의 67.3%를 차지하고 있으며 내과계질환(전체의 15·7%)으로는 신경증·위장장애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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