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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째 휴일 반납 '고교 천사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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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강릉 명륜고 늘사랑봉사단 소속 학생들이 지난 여름 '늘사랑의 집'에서 장애 아동에게 점심을 먹여 주고 있다. [명륜고 제공]

13일 오후 강원도 강릉시 교동 화부산 기슭에 자리잡은 강릉 명륜고 3층의 한 교실. 이 학교 자원봉사 동아리인 '늘사랑 봉사단' 회원인 20여 명의 학생이 17일과 24일 예정돼 있는 불우시설 방문 계획을 짜느라 여념이 없었다.

학생들은 한 시간여 동안의 논의 끝에 17일에는 중증장애인 수용시설인 늘사랑의집을 찾아 붕어빵 구워주기 봉사를 하기로 결정했다. 24일엔 부랑인 수용시설인 시립복지원에서 위문공연을 펼치기로 했다.

"우리와 함께 행복한 삶을 나누는 정겨운 이웃이 됐으면 합니다." 자원봉사에 나서는 학생들의 소망이다.

빡빡한 학업 속에서도 소중한 시간을 쪼개 6년 동안 이웃사랑을 실천해 온 고교생 봉사동아리인 늘사랑봉사단(지도교사 최연집.46). 이 동아리는 15일 중앙일보 주최 제12회 전국자원봉사 대축제에서 영예의 대상을 수상했다. 최 교사는 "아이들이 평소 하던 자원봉사 활동으로 대회에 참여했을 뿐인데 큰 상을 받게 돼 면구스럽다"며 "그러나 아이들에게 긍지를 심어준 것 같아 무척 기쁘다"고 말했다.

늘사랑봉사단이 결성된 것은 2000년 3월. 평소 늘사랑의집에서 봉사활동을 해오던 이 학교 박종길(당시 2학년)군이 최 교사에게 "정식으로 동아리를 만들어 체계적인 봉사활동을 펼치고 싶다"고 제안한 것이 계기가 됐다. 최 교사가 학교 측의 동의를 얻어 회원을 모집한 결과 24명의 학생이 지원했다. 동아리 명칭도 늘사랑의집에 착안해 결정했다. 학생들은 첫해에는 주로 늘사랑의집을 찾아 봉사활동을 했다. 청소도 하고 거동이 불편한 장애아의 말벗이 돼주기도 했다.

매년 여름이면 원생들과 함께 1박2일의 캠프도 가고 오대산.정동진 등 지역의 관광지를 둘러보기도 했다.

학생들은 이듬해부터 활동 영역을 서서히 넓혀갔다. 주말과 휴일이면 늘사랑의집 외에 시립복지원과 애덕의집(장애인 자활의 집).자비원(결손가정 아동 수용시설) 등 불우시설을 찾아 자원봉사 활동을 펼쳤다.

매년 장애인의날이나 연말에는 자신들이 직접 계획을 짜고 짬짬이 연습한 합창.수화.율동.인형극 등으로 꾸민 위문잔치를 열어 불우이웃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이들은 사회에서 소외받는 이웃이 살고 있는 불우시설만을 대상으로 자원봉사 활동을 펼친다.

내용도 방문.나들이.나눔 활동, E마트 영수증 모으기, 아나바다 운동 등 다양하다.

지난해에는 30여만원으로 중고 기계를 구입, 올해 자원봉사대축제 행사 때 붕어빵과 팝콘을 만들어 불우이웃에게 간식거리를 제공했다. 매년 30~60명의 회원을 유지하는 봉사단의 그동안의 봉사활동 시간은 1212시간. 봉사에 참여한 연인원이 무려 4000여 명에 이른다.

최 교사는 "봉사단에 가입하면 2년 동안 활동하게 된다"며 "학생마다 적게는 100시간 이상, 많게는 200시간 이상씩 자원봉사를 한다"고 말했다.

강릉=홍창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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