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동하는 소년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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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우리 어린이들의 잔치 제13회 전국 소년체육대회가 5일 제주종합경기장에서 막을 올렸다.
자라나는 우리의 다음 세대들의 기백을 상징하는 『푸른 꿈, 뻗는 힘, 빛나는 내일』이란 캐치프레이즈가 한결 눈을 끈다.
전국에서 모인 1만 1천 5백 47명의 건아 가운데는 멀리 재일 동포까지 참가했다니 이 어린이 잔치의 뜻이 더욱 아름답다.
13개 시·도에서 모여든 우리의 새싹들이 우선 힘과 기량을 마음껏 자랑하고 그런 가운데 나라를 사랑하고 민족의 의미를 새삼 깨달을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다.
이번 대회는 처음으로 섬 지방인 제주에서 열리는 만큼 그 의미가 더욱 빛난다.
뭍의 어린이들이 나라의 남쪽 끝에 위치한 제주의 풍속과 인심을 새로 접하고 풍부한 인격형성에 보탬을 얻을 것이지만 주최지인 제주의 도민들이 지난 1년 동안 대회개최를 위해 쌓은 노고도 결코 잊지 말아야겠다.
이 대회가 제주도가 생긴 이래 최대의 행사라는 점을 생각해서 『교육, 관광, 인정체전』의 슬로건을 내세우며 준비했던 50만 도민의 뜻이 바로 스포츠 한국의 미래에까지 연결되는 밑거름이 되어야겠다.
실제로 이번 대회에는 역도, 복싱, 씨름이 처음으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었으며 테니스, 연식정구가 국민학교의 시범 종목이 된 점을 보아도 스포츠 분야의 미래발전에 대한 소년체전의 존재의미가 되새겨진다.
여기에 참가한 어린 소년 소녀 선수들이 각 종목에서 뛰어난 성적을 올릴 수 있을 때 한국스포츠의 미래도 밝아진다는 것은 너무도 분명하다.
가까이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로는 뛸 수 없겠지만 이번 대회의 성과가 86 아시안 게임과 88 서울올림픽을 주최하는 우리 나라에 모든 면에서 힘이 되리라고 믿어진다.
체육의 활성화와 경기력 향상이라는 과제는 우리 스포츠 장래를 결정한다는 점에서 이번 대회가 특히 모범적 성과를 거두기를 기대한다.
그와 함께 이 대회가 부정예방과 질서확립에도 뚜렷한 성과를 거둬야 한다.
경기장의 폭력과 난동·부정행위가 철저히 배제되어야겠으며 공정하고 깨끗한 승부만이 참다운 스포츠맨십이요, 정의사회의 시민정신이란 점을 우리 어린이들에게 교육시키고 주지시키는 계기가 되어야겠다.
기록경신이나 경기실적은 물론 중요한 일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어린이들이 규율과 질서의식, 협동과 단결의 정신을 체득하는 일이다.
깨끗한 승리의 가치가 빛나는 것과 최선을 다하고도 패배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도 어린이들에겐 좋은 교훈이 될 것이다.
승부의 세계에는 기쁨과 슬픔을 판가름하는 비정의 순간이 있지만 공명정대한 경쟁의 윤리 가운데 살 줄 아는 정신은 인생살이에서도 귀중한 것이라는 사실도 가르쳐야겠다.
이번 대회가 채택한 표어가 『한라에서 뭉친 기상, 백두까지 뻗는 국력』이듯이 나라와 민족의 현실인식도 이 기회에 다질 수 있다면 이 소년들의 잔치는 훨씬 뜻깊은 것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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