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가득한시] '혼자 가는 먼 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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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혼자 가는 먼 집' 부분 - 허수경(1964~ )

당신 …,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 그래서 불러봅니다 킥킥거리며 한때 적요로움의 울음이 있었던 때, 한 슬픔이 문을 닫으면 또 한 슬픔이 문을 여는 것을 이만큼 살아옴의 상처에 기대, 나 킥킥 …, 당신을 부릅니다 단풍의 손바닥, 은행의 두 갈래 그리고 합침 저 개망초의 시름, 밟힌 풀의 흙으로 돌아감 당신 …, 킥킥거리며 세월에 대해 혹은 사랑과 상처, 상처의 몸이 나에게 기대와 저를 부빌 때 당신 …, 그대라는 자연의 달과 별 …, 킥킥거리며 당신이라고 …, (중략) 당신 이쁜 당신 …,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 내가 아니라서 끝내 버릴 수 없는, 무를 수도 없는 참혹 …, 그러나 킥킥 당신


슬프고 참혹한데 킥킥대게 되는 것…. 킥킥대다가 울음을 터뜨리게 되는 것…. 당신이란 말이 그렇게 깊은 말인 줄 몰랐었다. 당신, 예쁜 당신, 생각하면 눈물 나는, 끝내 버릴 수 없는 당신에게, 라고 시작되는 편지를 쓰고 싶다. 당신에게.

김경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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