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CoolDrinker] 양주, 알면 약주 모르면 독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6면

포도주.맥주만큼 대중화되진 않았지만 요즘 이런 양주를 즐기는 매니어 층이 국내에서도 늘고 있다. 네 술은 각기 원산지가 다르다. 보드카를 제외한 나머지 세 술은 참나무로 만든 오크통 속에서 숙성시킨다. 그래서 호박색을 띠는데, 그슬리거나 태운 오크통을 사용했거나 숙성 기간이 길수록 색이 더 짙어진다.

이 네 가지 양주의 특성과 구입.음주 요령을 알아보자.

글=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tkpark@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전문기자<shotgun@joongang.co.kr>

*** 냉동실에 넣어두셨죠? 보드카

촬영 협조 : 롯데호텔서울 쉔부른 바

곡물을 발효시켜 만든 러시아 술이다. '적은 물'이란 뜻이다. 곡물을 물과 함께 섞어 발효시켜 증류하면 소량의 액체가 얻어지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오크통에 넣지 않으므로 색이 맑고 투명하다.

세계적으로 맥주.와인 다음으로 많이 팔리는 술인 보드카는 스트레이트로 마시기도 하지만 칵테일의 원료로 주로 사용된다.

멕시엄 코리아(주류 판매업체) 김주호 전무는 "알코올의 순도를 최대로 높인 술이어서 어떤 음료와 섞어도 본래의 깨끗한 맛이 유지되면서 칵테일한 음료의 향을 제대로 전달해준다"며 "서양에선 대개 오렌지주스.크렌베리주스.소다수에 섞어 마신다"고 전했다. 보드카와 오렌지 주스를 섞어 만든 칵테일이 스크루 드라이버다.

보드카의 참맛을 즐기려면 마시기 전에 냉동실에 넣어둬야 한다. 이 술은 영하 20도에서도 얼지 않는다. 냉동해서 약간 걸쭉해진 술을 입 안에 넣고 바삭하게 구운 베이컨이나 삼겹살을 씹는 것이 일반적인 주법이다. 술이 너무 독하다고 느껴지면 물을 마시거나 맥주로 입가심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 사랑이 깊어갑니다 데킬라

멕시코산 선인장 술이다. 멕시코의 5개 주에서 자라는 '아가베'(용설란)라고 하는 백합과 식물의 줄기를 쪄서 발효시키고 이를 증류한 뒤 오크통에서 숙성시켜 만든다. 숙성 기간이 길수록 호박색이 더 짙어진다.

아가베 원액을 51% 이상 함유해야 한다는 것이 데킬라의 기본 조건이다. 또 멕시코가 원산지(Heche en Mexico)여야 한다. 이 술은 보통 레몬.라임.소금과 함께 마신다. 비타민.염분을 많이 섭취해야 하는 멕시코 기후의 특성상 이런 음주 관습이 생겨났다.

가장 일반적인 음주법은 '쿠에르보 슈터'. 데킬라를 마신 뒤 엄지와 검지 사이에 바른 레몬.라임즙.소금을 핥아먹는 것이다. 슬래머라는 음주법도 있다. 잔에 술을 3분의 1쯤 따른 뒤 사이다나 소다수로 채우고 잔 입구를 냅킨으로 덮는다. 이어서 식탁에 세 번 내리친 뒤 거품이 생길 때 원샷으로 마신다. 부부나 연인은 사랑의 표현으로 보디 샷이라는 음주법을 즐긴다. 데킬라를 원샷으로 마신 뒤 상대방의 손 등에 뿌린 레몬.라임즙.소금을 핥아먹거나 상대방의 입에 문 레몬이나 라임을 쪼개 먹는 것이다. 칵테일로 마시기도 하는데 마가리타가 대표적이다. 마가리타는 데킬라와 오렌지향이 나는 마가리타 믹스를 섞어서 만들며 가장자리에 소금을 묻힌 유리잔에 담아낸다.

*** 술마다 음악이 있대요 코냑

포도주를 증류해 오크통에 넣어 숙성시킨 술이다. 프랑스 서부의 코냑 지방에서 만든 제품에만 코냑이란 명칭이 부여된다. 코냑 지방의 그랑 샹파뉴, 프티 샹파뉴에서 생산된 포도를 원료로 사용한 제품이 유명하다. 포도주를 숙성시켜 만들었어도 생산지가 프랑스 남부의 아르마냑 지방이면 '아르마냑', 영국이면 '영국 브랜디', 스페인이면 '스페인 브랜디'라고 불린다.

코냑의 숙성기간은 제품에 적힌 표시를 보면 알 수 있다. 코냑이란 명칭을 쓰려면 2년, VSOP는 4년, XO.나폴레옹.조세핀은 6년 이상 숙성시켜야 한다. 한 병에 300만원이 넘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코냑 '레미 마르탱 루이 13세'는 숙성기간이 50년 이상 된 것이다.

코냑은 보통 벌룬 글라스(풍선처럼 부푼 모양의 잔)에 부어 마신다. 잔의 아랫부분은 손바닥으로 감싸기 좋게 둥그렇다. 잔을 옆으로 눕혀 놓고 술을 따라도 넘치지 않을 만큼, 잔의 5분지 1 가량만 술을 채운다. 이어서 손바닥으로 잔을 감싸고 체온을 이용해 술을 데운 뒤 잔을 가볍게 흔들면 특유의 향기가 뿜어져 나온다. 잔을 들어 빛과 색을 감상하고 코끝에 전해지는 향기를 음미한 뒤 조금씩 입안에 머금는다. 코냑은 '한번에 탁 털어 넣는 술이 아니라 음미하면서 즐기는 술'이다. 음악을 곁들어야 제 맛이 난다. 그래서 제품마다 어울리는 음악이 한두 곡씩 있다.

*** 입 안에 탁 털어 넣으세요 위스키

영국에서 맥주를 증류해 만든 술이다. 영국산인 아이리시.스카치(스코틀랜드)와 미국산인 버번, 캐나다산인 캐나디언 위스키로 분류된다. 미국.캐나다에선 맥주 대신 옥수수.귀리를 증류해 만든다.

보통 아이리시는 5년, 스카치.캐나디언은 3년, 버번은 2년 이상 오크통에 넣어 숙성시킨 것이다. 숙성 기간이 길수록 생산 원가가 높아져 가격이 비싸진다. 서울와인스쿨 김준철 원장은 "위스키는 스트레이트나 2~3개의 얼음을 넣은 '온 더 록'(on the rocks)으로 마신다"며 "음미하는 술이 아니며, 입안에 탁 털어 넣는 것이 이 술의 주법"이라고 조언했다.

위스키를 살 때 국내 소비자들은 흔히 몇 년 산인가를 먼저 따진다. 그러나 "무조건 오래 숙성시켰다고 해서 좋은 술은 아니다"고 김원장은 덧붙였다. 위스키의 대표격인 스카치 위스키는 싱글몰트.그레인.블렌디드로 구분된다. 가장 대중적인 블렌디드 위스키(스카치 위스키 세계 판매량의 95% 차지)는 싱글 몰트와 그레인 위스키를 섞은 술이다. 일반적으로 몰트(보리.엿기름)가 많이 들어갈수록 맛이 강하고 그레인 함량이 높으면 맛이 부드럽다.

위스키를 냉동실에 넣어 차게 한 뒤 진한 초콜릿과 함께 마시면 독특한 풍미가 느껴진다.

▶ 쿨드링커 싸이트 바로 가기 (http://www.cooldrinker.org/)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