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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의혹 낱낱이 털고 새 출발 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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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노무현 대통령이 오늘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측근과 친형이 관련된 샘물회사 장수천 의혹과 부동산 투기 혐의에 대한 입장을 밝힌다.

대통령이 집권한 지 1백일도 안된 시점에 측근과 형의 과거 일을 갖고 긴급 기자회견을 한다는 것 자체가 비정상이요, 매우 불행한 일이다.

지난 한달간 두개의 의혹이 복합적으로 얽혀 신문 지면과 방송의 뉴스 시간을 도배질하고 세간의 최대 화제가 되기까지 이를 방치한 것은 국정 운영의 미숙에서 비롯된 것이다.

취임 1백일의 기간은 대통령이 새로운 비전과 국정 구상을 내놓고 패기와 강한 추진력으로 국정을 이끌어나가야 할 때다. 그래서 국민은 정권 교체에 따른 기대와 희망에 부풀어 있어야 할 시기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북핵 위기가 한반도의 안전을 위협하는 가운데 경제 위기감이 팽배하고, 화물연대.한총련.전교조 등 사회 각 이익단체들의 집단행동이 봇물 터지듯 줄을 잇고 있다. 거기에 대통령 주변의 의혹까지 산더미처럼 쌓이니 나라꼴이 말이 아니다.

국민의 허탈감과 실망감은 바로 대통령 지지도의 추락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내세워온 개혁성과 도덕성이 의심받고, 정부 정책은 신뢰를 잃어버렸으니 무슨 힘으로 국정을 운영하겠는가.

당장 대통령 주변이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는 마당에 정부가 투기대책을 쏟아낸들 조롱거리밖에 더 되겠는가. 대통령 주변이 부동산 투기와 변칙거래 등을 일반 시정인과 똑같이 저질렀다면 무슨 낯으로 국민에게 정의의 잣대를 내세울 수 있는가.

盧대통령이 기자회견을 자청한 이상 그동안 제기된 의혹에 대해 진실 그 자체를 진솔하게 밝히고 사과할 건 사과하는 등 국민을 반드시 납득시켜야 한다. 어설픈 해명이나 야당과 언론에 책임을 떠넘기기 식의 새로운 논란거리를 만들어서는 안된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해명하면서도 국민을 납득시키지 못한다면 더 큰 혼란과 정쟁을 초래할 수 있다. 대통령은 이를 확실히 털고, 심기일전하여 새 출발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