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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美·日 밀월시대 왔지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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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크로퍼드 목장에서의 미.일 정상회담은 미.일 밀월시대의 재도래를 실감시켜 주기에 충분했다.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나카소네 야스히로 총리간의 이른바 '론.야스'시대 이래 미.일 정상이 이렇게 흉금을 터놓은 모습을 보여준 적은 없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전쟁에 대한 일본 정부의 굳건한 지지를 미 정부가 높이 평가한 것이 그 배경이다. 아베 신조 관방 부장관은 "일.미 관계는 1백50년 전 페리 흑선 도항 이래 지금처럼 좋은 때가 없었다"고 자화자찬했다.

*** 美 독주로 동맹관계 불안 상존

그러나 미.일동맹은 수많은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라크전은 미국과 동맹국간에, 특히 미국과 유럽동맹국 간에 여러 새로운 차이를 낳게 했다. 이는 미.일동맹에도 상당 부분 적용된다.

첫째는 능력 차이다. 이라크전은 미국과 다른 나라의 군사능력 차이를 다시 한번 일깨워 주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경우 "미국이 요리를 만들고 유럽이 접시를 닦는 상황"(미국의 신보수주의 논객 로버트 케이건)이 탄생되고 있다.

이라크전 때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이 "영국군이 오지 않아도 된다"고 한 것은 미국의 동맹국한테는 이라크전 최대의 '충격과 공포'였다.

일본은 헌법 해석상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가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무력을 행사하는 대미 지원은 불가능하다.

원래 미.일동맹은 능력의 차이 이전에 미국은 일본을 지킬 의무가 있지만 일본은 미국을 지킬 의무가 면제돼 있다고 하는 편무성 문제가 있다. 일본도 유럽 동맹국과 마찬가지로 미국에 대한 전략적 가치의 감소로 고민하게 될 것이다.

둘째는 위협과 위협감 간의 간극이다. 9.11 테러는 미국과 동맹국 사이에 테러리즘과 대량살상무기 확산의 위협감을 둘러싸고 현격한 차이를 가져왔다.

미국은 대량살상무기가 불량국가.테러집단의 손에 건네지면 9.11 테러의 몇십배, 몇백배의 비극을 몰고올 것이라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선제공격론이나 체제 전환론도 이 공포감에서 나온다.

하지만 미국의 동맹국은 이를 과잉반응으로 보고 이것이 이슬람 과격파를 한층 격화시켜 미국과 동맹국의 국익과 안보를 훼손시킬 것으로 우려한다.

동시에 미국은 테러 및 대량살상무기 확산과의 싸움에서 함께 싸울 동지를 모집하고, 임무에 따라 연횡(連衡)하는 럼즈펠드 독트린을 내세웠다. 종래의 동맹국 외에 러시아.인도.중국 등 대국과의 연합을 강화해나가는 방침을 명확히 하고 있다.

셋째는 해양과 대륙 간 차이다. 이라크전에서 미국을 강력하게 지지한 나라는 영국.호주.싱가포르.일본 등의 해양국가들이었다. 미 정부 고위관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미국은 세계 정치의 대(大)게임에서는 기존의 동맹국, 특히 일본.영국과의 동맹관계를 중시해 나간다. 이 대게임에서 미국이 중국.러시아와 완전한 전략적 파트너가 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비대칭적인 위협, 새로운 위협과 싸우는 신(新)게임에서는 중국.러시아의 협력도 필요하다. 이 두 게임을 나눠 대처해 나갈 것이다. "

*** '한반도 평화' 日 역할 시험대에

그럼에도 중국은 신게임에서의 파트너만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북한 핵 문제를 둘러싼 대게임에서 미국의 중국에 대한 기대와 중국의 대게임 감각을 보면 한눈에 알 수 있다. 대게임과 신게임은 결국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구상에 달려 있다.

한반도는 미국의 이 두 전략의 틈새에 끼어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은 한반도의 장래를 어떻게 그릴 것인지, 어떻게 전략 가치를 찾아낼지에 대해 아직 최종 결단을 내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미.일동맹을 기축으로 한 대전제를 흔들지 않는 한편 아시아의 안정적인 질서를 만들기 위한 신뢰조성 장치와 안전보장의 틀을 만들 수 있도록 공헌해야 한다.

후나바시 요이치 일본 아사히신문 대기자
정리=오영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