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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충전 8분 만에 배터리 '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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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중국산 전자담배 배터리를 담은 플라스틱통에 15V 전압을 가하자(왼쪽) 8분 만에 폭발했다. [영상 캡처]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중국산 전자담배 배터리의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충북도립대 의료전자학과 조동욱(56) 교수 연구팀은 22일 저가에 판매되는 중국산 전자담배를 장시간 충전하거나 배터리에 일정 전압 이상을 가할 경우 폭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인터넷에서 1만3000~3만원에 판매되는 중국산 전자담배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충전을 시작한 지 8분 만에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배터리가 폭발했고 주위에 있던 종이에도 불이 옮겨붙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먼저 과충전되는 상황을 가정한 실험을 실시했다. 이를 위해 5V 직류 전압으로 충전되는 650㎃h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보호회로를 제거한 뒤 최대 15V까지 전압을 올렸다. 그 결과 15V에서는 8분, 11V에서는 20분 만에 배터리가 폭발했다. 또 이보다 용량이 작은 60㎃h 배터리에 약간의 물을 뿌린 뒤 7V로 충전했을 때는 불과 5분 만에 폭발이 일어났다.

 중국산 전자담배 배터리 중 상당수가 보호회로를 갖추고 있지 않은 것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전자담배에 쓰이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보호회로를 반드시 갖추도록 돼 있다. 보호회로는 배터리가 완전히 충전된 뒤에는 전류의 공급을 차단해 과충전으로 인한 폭발을 막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연구팀이 실험을 위해 구입한 8개의 중국산 배터리 중 보호회로를 갖춘 배터리는 1개뿐이었다. 조 교수는 “이런 배터리는 충전이 다 끝난 상태로 충전기에 계속 꽂아둘 경우 언제든 폭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1월 경북 경산시 최모(52)씨 집에서 인터넷을 통해 3만원을 주고 구입한 전자담배가 충전 중 갑자기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전자담배의 배터리는 중국산이었다. 경기도 양평의 한 육군부대에서는 충전 중이던 중국산 전자담배가 폭발해 병사 한 명이 얼굴에 화상을 입기도 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전자담배에도 일반 전기용품과 똑같은 인증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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