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터 폴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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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한국 수구의 금메달. 이것은 제2회 아시아수영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이 얻은 단 두개의 금메달중 하나란 점에서 우선 특기할만하다.
게다가 결승에서 맞붙은 팀은 82년 뉴델리 아시안게임의 우승팀인 일본. 수영 왕국 일본의 수구 실력은 벌써 정평이 나있지만 한국 수구는 아시아 최강의 일본 팀을 10대8로 꺾었다. 그 승리는 수구를 아는 이들 자신의 경악과 감격을 자아냈다. 승리가 결정되자 벤치에서 감격의 눈물을 뿌린 한국감독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더 인상적인 것은 어린 선수들이 감독을 풀의 물 속에 던져 넣고 기쁨의 물세례를 주는 장면.
수구의 원명은 「워터 폴로」. 근대폴로의 발상지이기도 한 영국에서 1870년 첫 경기가 열렸었다. 그때 이름은 「물에서 하는 축구」(foot-ball in the water). 스코틀랜드인「월리엄·윌슨」의 창안이었다.
그 경기는 1912년에 가서 스톡홀름 올림픽 때 비로소 올림픽 경기종목이 됐다.
전통적인 수구강국은 프랑스·헝가리·이탈리아·독일. 물론 영국도 낀다. 기이한 것은 수영과 다이빙에서 우수선수가 많은 미국이 수구에서만은 고전하는 것.
개인의 기술도 중요하지만 팀웍과 투지가 유난히 중요한 경기라서 일까.
우리 수구의 역사도 명목상으론 꽤 오래다. 40년이나 된다.
그러나 우리 수구는 64년과 68년 한일 교환경기를 가진 것이 국제경기 경험의 전부였다.
국내 수구 팀이라야 일반과 대학을 합쳐 6팀, 중·고교를 합쳐 7팀에 불과하다.
겨우 명맥만 이어가는 우리 수구가 일본을 누르고 우승할 수 있었다는 것은 다시 생각해도 기적갈기만 하다.
도대체 전국 체전에서 조차 채택되지 않은 경기니까 따져보면 너무 기특하고 장하다.
나라안에서조차 괄시를 받으면서도 다만 묵묵히 실력을 닦아온 끝에 이처럼 눈부신 성과를 올린 선수들과 코치·감독을 다시 바라보게 된다.
수구 감독의 눈물은 그런 설움을 이긴 의지의 승리임을 충분히 설명하고 남음이 있다. 한국 수구의 비상이 이제부터 시작된다는 확신도 갖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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