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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교수 도덕성 회복운동이라도 벌여야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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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교수사회의 도덕성이 갈수록 추락하고 있다. 학문 연구와 후학 양성에 매진해야 할 교수들이 연구실과 강의실을 벗어나 돈을 추구하면서 각종 비리에 연루되고 있는 것이다. 일부 교수에 국한한 사안으로 간과하기에는 정도가 심화되고 있다.

전형적인 타락상은 연구비 횡령이다. 검찰에 적발된 '악덕' 교수들은 대학원생들에게 지급해야 할 기본적 인건비를 착복하고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급받아 연구비를 밥먹 듯이 빼돌렸다. 대학원생의 논문심사와 진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우월적 지위를 악용해 자신의 배를 불리는 파렴치한 행위를 한 것이다. 가로챈 수억원의 연구비를 100개가 넘는 통장에 넣어 관리하며 쌈짓돈처럼 썼다고 하니 이들을 어찌 스승이라 부를 수 있겠는가.

학교 밖에 나가 강연하는 것을 가르치는 것보다 우선하는 교수들도 많다. 각종 위원회에 참여하는 것을 이용하여 돈벌이를 하는 것도 문제다. 지자체의 도시계획위원.교통영향심의위원으로 활동하며 뇌물 수천만원씩을 받은 오포 사건 연루 교수들의 사례가 바로 그렇다. 명단이 공개된 정부 88개 위원회 위원의 40% 남짓이 교수라고 한다. 명단 비공개 293개 위원회와 지자체의 수많은 위원회의 위원과 사외이사 등 대외 활동을 하는 교수들이 비리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지 궁금하다. 위원회를 통해 습득한 정보와 심의권을 악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딱 하루 학교에 나오는 교수들이 있다는 서울대 총장의 말은 교수사회의 무사안일 상을 에둘러 지적한 것이다. 교수의 본업은 열심히 연구하고 가르치는 것이다. 한가하게, 적당하게 즐기는 직업이 아니다. 강의와 논문작성에 열중하는 교수들이 '부패''농땡이' 교수 때문에 피해를 보는 것이 안타깝다. 교수라고 특별한 윤리를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사회의 보편적.도덕적 가치관을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 교수사회 스스로 자정기능을 발휘하지 않으면 사정기관이 나서 타율적인 정화를 할 수밖에 없다. 교수사회가 도덕성 회복 운동이라도 벌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