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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 은행에 2인조 강도-국민은 상도동지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LA올림픽 축구예선 한국대 이라크 경기의 중계가 있던 29일 하오8시35분즘 서울상도2동368의9 국민은행 상도동지점(지점장 이상응)에 등산용 도끼와 가위칼을 든 2인조 강도가 침입, 숙직실에서 TV를 보고있던 행원 4명을 묶어놓고 현금을 털려다 비상벨 소리를 듣고 경찰이 출동하자 은행직원중 3명을 도끼로 때려 중상을 입힌뒤 달아났다.
범인들은 올림픽축구예선 방송시간을 노렸으며 범인중 1명은 오른쪽 다리에 알루미늄제 목발을 한 지체부자유자였다.
경찰은 목발 범인의 위장일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중이다.
범인들은 출동한 경찰이 상황판단을 잘못하고 20여분동안을 은행밖에서 우물쭈물하는 사이 3명의 은행원에게 상해를 입히고 자취를 감추었다.

<행원 2명은 중태>
부상자중 황경운씨(25·목돈계행원·강남성심병원입원)가 오른쪽 두개골에 깊이 1cm, 길이 6cm가량의 상처를 입었고 유철규씨 (28·제예금계행원·세종병원입원)는 왼쪽머리에 깊이 1cm, 길이 1cm 가량의 상처를 입어 뇌수술을 받았으나 중태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범인들이 달아나면서 피해자들에게 도끼를 휘두를만큼 대담·잔인했고 「떡밥」(폭약)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으며 침입및 도주로등을 충분히 익힐만큼 사전에 치밀한 계획을 세웠던점등으로 보아 현장지리에 밝은 금고털이 전문전과자의 범행으로 보고 추적중이다.
경찰은 사건직후 서울시내와 접경지역의 검문검색을 강화하는 한편 29일 하오10시쯤 범인들과 인상착의가 비슷한 2명이 영등포역앞에서 서울5바5844호 시내버스를 타고 연세대앞 정류장에서 내렸다는 안내양 홍모양(21)의 신고에 따라 연대주변에서 탐문수사를 펴고있다.
◇침입=숙직책임자 김종순대리(32)와 황경운·유철규·김양래 (21·대부1계행원)씨등 행원 4명이 2층 숙직실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막 시작한 TV축구중계를 보고 있었다.
이때 숙직실 밖에서 인기척이나 유씨가 『누구냐』며 문을 여는 순간 범인들이 손에 도끼와 가위칼을 들고 들이닥쳤다.

<철사로 손발묶어>
경찰은 은행건물 2층에서 1층후문으로 통하는 비상계단에 설치된 철제방범틀이 30cm정도 벌어져 있는것으로 미뤄 범인들이 이곳을 통해 비상계단으로 침입, 1층 객장으로 내려간뒤 다시 2층 숙직실로 올라간것으로 추정했다.
◇범행준비=범인들은 방안에 있던 김대리등 4명에게 도끼와 가위칼을 들이대며 『손들고 벽쪽으로 돌아서라』고 위협한뒤 준비해온 철사로 손발을 묶었다.
범인들은 이어 숙직실 바닥에 있던 비상벨선을 펜치로 끊고 김대리에게 금고위치·열쇠·금고번호등을 물었다.
김대리가 『열쇠는 책임자가 갖고있고 우리는 그런건 모른다』고 대답하자 목발짚은 범인이 다시 『금고속에는 현금이 얼마나 있느냐』고 물었다.
김대리 『5천만∼7천만원정도다』 고 대답하자 목발을한 범인은 다른 1명에게 『떡밥(폭약)을 준비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알루미늄제 목발을 짚은 범인은 은행원들에게 『나는 월남전 상이용사다』 『국민은행 돈은 아직 도둑질한 놈이 없었으니 나도 여기있는 돈 좀 나눠가져야겠다.』 『난 사회를 미워한다』는 등의 말을했다.

<전선끊자 벨 울려>
◇출동=범인들이 비상벨선을 끊은 하오8시45분쯤 은행에서 50m쯤 떨어진 노량진경찰서 장성파출소에 연결된 벨이 자동으로 울렸고 소내 근무중이던 이형재경장(34), 곽노운순경(34)등 2명이 4.5구경 권총1정, 실탄6발, 가스분사기등을 갖고 은행후문으로 달려갔다.
◇설득=김경장등이 벨을 누르자 몸이 성한 범인이 후문으로 내려와 문틈으로 경찰임을 확인하고 다시 숙직실로 올라가 『다 틀렸다. 달아나야겠다』며 신경안정제로 보이는 알약을 두명이 나눠 먹었다.
이때 김대리가 『경찰을 보낼테니 직원들을 해치지 말라』 며 범인들을 설득하자 도끼를 든 몸이 성한 범인이 김대리의 묶인 손발을 풀어주고 후문으로 데리고 갔다.
숙직실에 있던 목발짚은 범인도 뒤따라 나간 틈을타 묶여있던 유씨가 발로 숙직실의 도어로크를 눌러 문을 잠갔다.
◇범행·도추=후문으로 내려간 김대리는 범인들이 의심하지 않도록 『아줌마요?』라고 물으며 문을 열고 손짓으로 강도가 든 사실을 전하려 했다.
그러나 이경장등이 눈치채지 못한채 계속 『무슨 일이냐』고 묻자 문밖으로 뛰쳐나가며 『강도야』고 소리쳤다.
이 소리에 범인들은 숙직실로 되돌아가 잠긴 문을 도끼로 부수고 방안에 있던 유씨등 3명의 머리를 마구 때려 방안을 피투성이로 만든뒤 4층 옥상으로 올라가 「상도정식당」이 있는 옆건물 옥상을 타고 달아났다.

<전과자 소행인듯>
◇늦장수사=이경장등이 출동한뒤 10분쯤 뒤에 파출소에서 전경대원과 방범대원들이 뒤따라와 골목입구와 큰길쪽을 지키고 있었으나 범인들의 도주를 알지 못했다.
또 이경장등은 강도가 든 사실을 알고 은행안으로 들어가려다 김대리가 『위험하다』고말리자 2∼3분이 지난뒤 파출소장 엄성익경위와 함께 2층 숙직실로 올라가 뒤늦게 사고가 난것을 발견했다.
◇수사=경찰은 은행이 문을 닫은 일요일에 범행을 노렸고 범인중 1명이 떡밥(폭약)사용을 제의한 점으로 보아 전문적인 금고털이 전파자의 범행일 가능성이 큰것으로 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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