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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승용차선호 "허세"아닐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우리나라의 대도시처럼 교통질서가 제대로 지켜지고있는 모습을 보기 드문 곳도 없을 것이다. 아침·저녁 러시아워때면 각 정류장마다 인파의 장사진을 이루고 열을지어 질서정연하게 차례대로 차를 타기 보다는 이리뛰고 저리 닫고, 밀고 제치며, 새치기를 하면서 승차하는 사람들을 흔히 볼수 있다.
지난 20년동안 많은 사람들이 대도시로 몰려들었고 경제적 여건이 나아지고 생활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저마다 경쟁이나 하듯이 자기차를 갖고 싶어하는 욕구에 부풀게 되었으며 아울러 눈에 띌만큼 많은 사람들이 자기 차를 소유하게 되었다.
그러나 많아진 차의 수에 비항 교통체계와 도로망의 사정은 이에 버금할만큼 개선되지 못하였다. 따라서 차량의 수가 도로망의 수용능력을 훨씬 넘어서 교통체증현상이 날로 심해가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에 발표된 국제통계를 보면 불명예스럽게도 우리나라의 교통사고율이 세계의 수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나고있다.
이러한 현실속에서 요즈음의 신문보도에 의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승용차 선호경향은 유럽 여러 선진국 사랍들의 방향과는 정반대의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즉 경제적이고 실용적인 소형승용차보다는 사치스럽고 값비싼 중형 또는 대형승용차를 찾는사람들이 많아졌고 그만큼 판매댓수도 최근들어 부쩍 늘고있다는 내용이다.
과학문명의 이기는 그것들이 우리의 일상생활에 편익을 주는 도구로서 구실을 다하면 그만이다
그러기에 이러한 이기들이 어떤 특정인의 신분을 과시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거나 또는 그러한 이기를 갖추고 있지 못한 다수의 사람들에게 직적· 간접적인 피해를 주거나 상대적 박탈감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어서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경쟁사회에서 자기의 능력을 발휘하여 이에 상용하는 경제적 보상파 사회적 신분을얻고,여유가 있어서 대형승용차를 선호하고 구입하는것은 극히 자연스러운 일인데 이것이 무엇이 문제냐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있을것이다.
그러나 우리들이 살아가는 사회는 자기 혼자만의 사회가 아니다. 여러 사람들이 함께 사는 하나의 공동체며 여기에는 무엇보다도 성원들 모두의 공동체 의식이 앞서야한다.
우리나라 보다도 소득수준이 훨씬 더 높고 시가지의 신속한 교통순환을 위해서 6차선이 정연하게 펼쳐 있으며 주차공간이 더 여유있게 마련된 유럽사회의 여러선진국 시민들이 석유파동 이전에 유행이였던 대형승용차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실속있는 소형승용차로 기꺼이바꾸어 가고있는 현실을 우리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것인가.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떠한가. 국민소득은 2천달러를 밑돌고 있고 대부분의 시가지도로망이 협소할 뿐아니라 주차장시설마저 제대로 갖추고있지 못한 도시구조와 더 나아가서 석유 한방울 나지않는 나라다.
대형승용차는 그만큼 휘발유 소비량을 증가시키고 이를 충당하기 위해서는 더많은 원유수입에 의존해야 하기때문에 나라안 재정사정과 국제수지를 악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것이 분명하다.
뿐만아니라 차량에서 나오는 배기가스의 양도 상대적으로 더 늘게 되어 대기오염을 가중시키고 이때문에 유발되는 순환기 질환등 각종 공해병에 걸리는 환자의 수가 늘어나는 역기능적인 현상이 뒤따를 것이다.
더우기 우리나라의 도시들처럼 도심지에 조성된 공원과 녹지대의 면적이 적어서 생태학적인 정화능력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대기오염의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더군다나 이들 대형차가 교통체증을 부채질하고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는 것만도 아니다. 사치성 대형승용차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주로 권력과 금력을 소유한 계층이고 보면 아직도 우리사회의 일부에 절대빈곤층으로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상대적 박탈감과 빈부의 격차의식을 더욱 심화시키는 사회심리적영향력 역시 간과할수 없는문제다.
이런점에서 대형승용차의 선호심리는 나라살림을 함께 걱정하고 생활환경의 질의 저하를 방지하며 이웃을 이해하고 서로돕는 공동체의식과 가치관으로 승화되어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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