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up] 10년 만의 인터뷰, 화승 현승훈 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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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회장은 "해외 경영 정보에 밝은 인재 10여 명을 뽑아 내년부터 3대 주력사업과 관련한 기업의 인수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며 공격적인 투자 의지를 강하게 밝혔다. 다음달 서울 서초동 빌딩에 '미래경영전략팀'을 만드는 것도 그룹의 인수합병 작업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다. 서울에 이 같은 두되 집단을 두는 것은 지방(부산)에 본사가 있는 기업으로서 수도권과 해외의 우수 인재를 유치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현 회장은 "기업은 결국 사람이 운영하는 것 아닌가. 그룹을 되살린 것도 결국 고영립 부회장 등 전문경영인의 역할이 컸다. 그런데 인재를 뽑으려 해도 지방에는 잘 오지 않더라"며 인재 유치의 어려움을 털어놨다.

화승은 1980년대 신발 수출호황에 힘입어 재계 22위의 그룹에 올라섰다가 외환위기때 호된 '홍역'을 치렀다. 그룹의 주축기업인 화승이 경영난을 이기지 못해 화의에 들어갔다. 이때 그룹을 구한 것은 80년대 말 진출한 자동차부품 사업이었다. 자동차 부품사업에서 화승은 현재 그룹 매출(올 추정치 1조3000억원)의 40%를 올리고 있다. 현 회장은 "신발 사업이 기울 때 자동차 부품사업에 진출했던 것이 보약이 됐다. 이 투자를 안 했다면 화승은 운동화를 만들던 회사란 이름만 남긴채 역사속으로 사라졌을 것"이라며 "선(先)투자야말로 경영자의 결단력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라고 말했다. 화승은 자동차 부품사업에 더욱 주력할 예정이다. 그룹의 대표회사로 자리잡은 화승R&A는 현대.기아차 등에 브레이크.파워스티어링 호스와 트렁크용 고무를 납품해 올해 50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2010년에는 이 회사의 매출을 1조8000억원(그룹 매출의 70%)까지 끌어 올릴 전망이다.

현 회장은 "자동차 부품사업은 이익률은 낮지만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할 수 있는 매력이 있다. 또 품질만 좋으면 얼마든지 해외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화승R&A는 기술력과 품질을 인정받아 2003년부터 도요타.폴크스바겐 등에 납품하고 있다. 현 회장은 토종 브랜드인 르까프 육성 의지도 밝혔다. 그는 "내년 초 런던에 디자인사무소를 둘 예정"이라며 "2,3년 후에는 세계브랜드와 어깨를 견주는 수준이 되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발은 국내에선 생산하지 않지만 2002년 베트남에 13만 평의 공장을 만들어 월 80만 켤레의 생산체제를 갖추고 있다.

현 회장의 건강관리는 독특하다. 평소 말을 극도로 아끼는 그는 20년째 매일 500배를 한다. 지금까지 1000만 배가 넘었다고 한다. 그는 "작고한 성철 큰스님의 가르침에 따라 화승의 화의기간(화승은 올 1월 화의 졸업)에 경영자로서 반성하는 절을 했다"며 "절은 몸의 순환을 높여줄 뿐 아니라 다리.허리 근육 강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 현 회장은=76년 부친인 현수명 창업회장이 급서하자 36세에 국내 5위권인 신발 메이커 화승 경영을 맡았고 80년대 초 국내 1위의 신발업체로 키웠다. 98년 외환위기 때 계열사 17개 중 11개를 팔았다. 현 회장은 이때 부동산 등 사재 70억원을 내놓았다. 경기고.부산대 상대를 졸업했다.

부산=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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