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이란 핵시설 공격 준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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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가 최근 이란의 핵시설들을 공격할 준비를 내년 3월 말까지 갖추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영국의 더 타임스 일요판인 선데이 타임스가 11일 보도했다. 이란의 핵무기 개발 계획이 진전될 경우 언제든 공격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는 것으로, 공격 대상은 이란의 비밀 우라늄 농축시설들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 이스라엘군에 '최고 긴급 상황' 발동=샤론 총리의 지시는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이란의 민간인 지역에서 우라늄 농축시설들이 가동되고 있다"는 이스라엘 정보기관의 보고를 받은 뒤 시달됐으며, 국방장관을 거쳐 참모총장에게도 전달됐다고 한다. 이에 따라 지난주 이스라엘에선 최고의 긴급 상황인 'G급' 태세가 발령됐다고 특수부대 소식통이 밝혔다. 이스라엘군 관계자는 "군사작전이 승인될 경우 공군과 특수부대 등이 이란 핵시설들에 대한 공격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 "이란, 핵개발 마지막 단계만 남아"=이스라엘 국방부 관계자들은 이란이 내년 3월 말 핵탄두 제조에 사용될 수 있는 우라늄 농축 기술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와 관련, 로버트 조셉 미 국무부 군축.국제안보 담당 차관은 9일 버지니아대 연설에서 "이란은 핵무기 생산을 위한 마지막 한 단계만을 남겨놓고 있다"며 "이란의 핵무기 개발 의지는 대단히 확고하며, 유엔 제재도 그걸 막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 타임스는 "이스라엘이 다양한 첩보활동을 통해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파악하지 못하는 다수의 우라늄 농축시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백악관 관계자는 "1981년 이라크 오시라크 핵시설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이 있은 뒤 이란은 핵시설을 50개 정도 지역에 분산해 건설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정부의 한 관계자는 67년 6월 이스라엘군이 이집트 공군시설을 3시간에 걸쳐 공습한 사실을 상기시키며 "일단 군사공격을 하면 100% 성공할 것이 틀림없다"고 말했다.

◆ 이란.이스라엘 군사력 강화 경쟁=이스라엘은 대(對)이란 공격 능력을 제고하기 위해 군비를 계속 늘려 왔다. 연료 탱크를 추가로 장착한 미국산 F16I 폭격기 102대 구매 계약을 체결, 이 중 절반을 인수한 게 대표적인 예다. 이스라엘은 또 핵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독일산 돌핀 잠수함 3대를 구입한 데 이어 2대를 추가로 발주했다. 이란도 최근 러시아산 지대공 미사일 30기 구입 계획을 발표하는 등 군사력을 강화하고 있다. 또 9일부터 전략적 요충지인 페르시아만 호르무즈 해협에서 파키스탄 접경 해역에 걸쳐 잠수함.전투함.미사일.전투기 등을 동원한 대규모 군사 훈련을 시작했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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