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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혜걸의학전문기자의우리집주치의] 감기 때 많이 먹어야 할 세 가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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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첫째, 손을 청결하게 유지해야 합니다.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하루에 두세 차례 이상 얼굴에 손을 갖다댑니다. 이때 손에 묻은 콧물이나 눈물, 침 속의 감기 바이러스가 전화기나 손잡이, 필기도구 등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옮겨지지요. 요즘처럼 감기가 유행할 때엔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도구를 만질 경우 손을 비누로 씻는 것이 안전합니다. 특히 어르신들은 감기에 걸린 손자에게 주의해야 합니다. 귀엽다고 볼을 비비면 곤란합니다. 코를 풀어준 뒤엔 반드시 손을 씻어야 합니다.

둘째, 전조증상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기침이나 콧물 등 본격적 증세에 앞서 어쩐지 몸이 오실오실 춥고 열감이 느껴지며 목 안이 칼칼해진다면 감기가 코앞에 다가왔다는 뜻입니다. 이땐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고려대 의대 감염내과 박승철 교수는 "납작 엎드려라"고 표현하시더군요. 옳은 말씀입니다. 이때 무리하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아야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하던 일을 줄이고 억지로라도 쉬어야 합니다. 몸을 따뜻하게 하고 입맛이 없어도 음식을 골고루 많이 먹어야 합니다. 전조증상 때 몸을 잘 추스르면 감기를 앓아도 훨씬 가볍게 앓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셋째, 물을 많이 마셔야 합니다. 감기에 걸렸다 싶으면 아예 책상에 물컵을 비치해 놓고 수시로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물은 물질 가운데 가장 비열이 높습니다. 단위그램당 가장 많은 열량을 빼앗아 가지요. 감기로 열이 날 때 가장 부작용 없이 신속하게 열을 내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가습기를 가동하는 것도 좋습니다. 기관지 점막을 수분으로 촉촉하게 적셔줄 경우 감기 바이러스의 침투를 억제할 뿐만 아니라 감기에 걸렸을 때 가래 배출과 염증 억제 등 치료효과도 지니기 때문입니다.

넷째, 빨리 나으려는 욕심에 종합감기약 등 약을 많이 복용해선 안 됩니다. 감기는 독감과 달리 예방백신도 없고 치료제도 없습니다. 시판되는 감기약은 원인치료제가 아닌 대증(對症)요법에 불과합니다. 감기약으로 기침, 가래, 콧물 등 증세를 강제로 억누르면 당장은 편합니다. 그러나 과도하게 약물에 의존할 경우 오래 질질 끄는 감기로 고생할 수 있습니다. 감기 때 나타나는 증세는 바이러스를 몸 밖으로 내쫓으려는 인체의 자연방어 현상이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감기에 걸리면 아스피린 등 진통소염제 한두 알 정도를 복용할 뿐입니다.

다섯째, 단백질과 비타민이 좋습니다. 감기에 걸리면 바이러스와 면역체계가 전쟁을 시작합니다. 이때 단백질은 백혈구나 효소 등 면역체계를 구성하는 원료물질로 쓰이고, 비타민은 전쟁으로 지저분해진 폐허를 신속하게 정리하는 복구반 역할을 맡습니다. 감기에 걸렸다면 살코기를 오렌지 주스와 함께 끼니마다 드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노약자들에겐 독감과 폐렴 예방접종을 권유합니다. 감기에 독감이나 폐렴이 겹칠 경우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홍혜걸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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