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 백년의 과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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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22일은 우리 나라에 근대적 우편제도가 도입 된지 꼭 1백년이 되는 날이다.
고종의 칙명으로 우정총국이 생겨 짚신에 장죽을 들고 편지를 돌리던 짚신집배원 시대로부터 헬멧에 오토바이를 타고 편지를 나르게 된 오늘에 이르기까지 숱한 우여곡절을 겪은 영욕의 역사를 지녔다.
또 불과 13명의 가입으로 시작했던 전화는 5백만 회선으로 늘어 산간 벽지나 외딴 섬 마을에까지 가설되어 전국을 동시 생활권으로 변모시켰다.
체신이 걸어온 발자취가 보여주듯 한 통의 편지를 전해주려고 눈 덮인 2O리 산길을 헤집고 가다 벼랑에 떨어져 숨진 우정인이 있었는가 하면, 편지 봉투 속의 금전에 눈이 먼 나머지 편지를 불태운 비리의 집배원도 없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서도 우정은 이제 첨단 기술시대를 맞아 통신위성과 컴퓨터, 광섬유 둥의 등장으로 정보 유통의 혁명이 진행되고 있다.
경제의 성장과 교역량의 증대는 엄청난 전화·통신 수요와 우편물량의 신속 정확한 전달을 요구하고 있다.
더구나 전국 우체국에서는 각종 민원업무와 금융 업무까지 도맡고 있어 국민의 봉사기관으로서 중요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또 몇 마디의 말을 전하려고 서울∼부산간을 오르내리거나 대도시변두리에서 변두리까지 오가는 교통량을 줄이는데 팩시밀리나 전화 한 통화로 당장 해결해 준다는 점에서도 우정 분야가 이바지하는 바가 얼마나 크다는 것을 실감케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현재 체신이 안고 있는 여러 사정들로 보아 해결해야할 문제점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전화만 하더라도 서울의 경우 일부 도심지역을 제외하고는 급증하는 전화 청약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대기하는 청약자가 아직도 많다. 체신당국은 「남아도는 전화시대」를 약속하고 앞으로 가정을 찾아서 전화를 놓아달라고 통사정하는 시대를 이룩하겠다고 했으나 대도시 전화기근은 물론 농촌벽지의 전화해결은 요원한 실정이다.
또 오접과 통화상태의 짜증 등 문제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어 날로 새로워지는 기술혁명시대에 사는 우리로서는 얼핏 이해할 수 없는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 집배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배달사고는 여전히 일어나고 있다.
편지를 잘못 전하거나 늑장 배달 또는 평지증발 등을 제쳐놓더라도 주소 불명으로 되돌아가는 방황하는 편지만도 한해에 1천만 통에 이른다고 하니 정보사회에 부응하기 위해서도 시급히 시정해야할 문제라고 여겨진다.
주소불명에 의한 배달사고가 전체사고의 68%나 되는 이유는 어지러운 지번이나 문패 없는 가정대문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체신당국은 그 동안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갖가지 캠페인을 벌여왔으나 해묵은 숙제는 쉽사리 풀리지 않고 있다. 한 번지를 갖고 있는 가구가 6천가구나 몰려있는 지역이 있고 다닥다닥 무질서하게 붙어있는 판자촌지역이 남아있는 한 이들 숙제는 선뜻 해결이 안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문제는 도시계획이나 번지정리 등 체신당국이 단독으로 처리할 수 없는 문제이고 보면 정부차원에서 해결되어야 하고 국민적인 협조도 요구된다.
모처럼 맞는「체신의 날」을 계기로 체신종사자들의 노고를 다시 한번 치하하고 봉사를 사명으로 하는 우정의 정신이 여전히 지속되기를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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