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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 알레르기 아기에겐 아미노산 분유 먹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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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뒤투아 박사 영·유아 식품알레르기 연구의 세계적인 권위자다. 런던대 킹스칼리지 명예교수. 영국 국립보건원(NHS) 위탁 재단에서 소아알레르기 분야 임상의와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음식물?약물 알레르기와 두드러기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우유는 ‘제2의 엄마 젖’이다. 우리나라 여성의 모유 수유율은 약 24%(모유만 먹이는 ‘완전모유 수유’의 경우). 제왕절개 후 모유를 바로 먹일 수 없거나, 젖의 양이 모자라거나, 직장에 복귀해야 하는 이유 등으로 80%에 가까운 여성이 모유 대신 또는 모유 보충용으로 우유를 먹인다. 하지만 아쉽게도 아이 100명 중 3~5명은 우유를 먹지 못한다. 우유 알레르기(CMA) 때문이다.

지난 10일 우유 알레르기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조지 뒤투아 교수가 방한했다. 대한소아알레르기학회 춘계학술대회에 특별 초빙돼 강연을 했다. 뒤투아 교수에게 우유 알레르기의 심각성과 대처법을 들었다.

Q. 아직 우유 알레르기에 대해 잘 모르는 엄마가 많다.

A. 우유 알레르기도 일반 식품알레르기 중 하나다. 면역체계의 과민반응 때문에 생긴다. 아이가 태어날 때는 안정적인 면역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어떤 물질이 들어오면 안정된 면역시스템이 과민반응한다. 우유 속 단백질(카제인)·땅콩·오이·달걀이 대표적인 알레르기 유발물질이다. 이들 물질이 체내에 들어오면 안정된 면역체계에 스위치가 켜지면서 과민상태로 변한다. 대표적인 증상은 피부 발진이다.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고 피부가 부풀어 오른다. 습진이 생기기도 한다. 쌕쌕거리거나 기침을 심하게 해 발작을 일으키기도 한다.

Q. 어떤 아이에게 잘 생기나.

A. 아직 명확히 밝혀진 게 없다. 그래서 미리 예방할 수도 없다. 다만 유전적인 요인이 크다는 사실은 입증됐다. 우유 알레르기로 생기는 대표적인 증상인 아토피의 경우 엄마가 아토피가 있다면 아이에게 아토피가 나타날 확률은 40~45%, 부모 모두에게 있다면 60~70%로 높아진다. 인종에 따라서도 다르다. 백인에 비해 동아시아·아프리카계에게서 유병률이 더 높다.

Q. 전 세계적으로 환자가 늘고 있는데.

A. 여러 가지로 추정하고 있다. 우선 제왕절개 출산이 느는 것을 꼽을 수 있다. 아이는 엄마 산도를 통해 나오면서 유익균을 얻어 면역력을 획득한다. 그런데 제왕절개를 하면 기회가 박탈된다. 항생제를 많이 처방받는 것도 문제다. 항생제는 유해균도 죽이지만 유익균도 사멸시킨다. 과일과 채소에 남아 있는 살충제, 가공식품의 방부제, 탄산음료나 과자에 함유된 정제당분도 유익균을 죽이고 유해균을 늘린다. 그밖에 산모 연령이 높아지고 스모그에 노출되는 것 등이 면역체계 이상반응을 일으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Q. 유당불내증과 많이 헷갈린다.

A. 증상이 일부 겹치는 것이 있어 많이 혼동한다. 하지만 전혀 다르다. 유당불내증은 우유의 당(糖)에 대한 이상반응이다. 락타아제라는 소화효소가 유당을 분해하는데, 이 효소가 부족한 사람에게 생긴다. 소화가 안 되니 배가 아프고 설사하기도 한다. 하지만 두드러기나 아토피, 호흡기 증상인 기침·발작 등은 없다. 우유 알레르기가 의심되면 병원에 가서 알레르기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혈액검사를 통해 알레르기 인자를 발견할 수 있다.

Q. 우유 알레르기 환자는 다른 식품알레르기에도 반응하나.

A. 그럴 가능성이 크다. 원재료 식품들이 분류학적으로 인접해 있거나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물질의 항원 분자구조가 유사하기 때문이다. 우유를 비롯한 땅콩·계란·대두·밀 등이 대표적이다. 또 우유 대체식품으로 알려진 두유도 안전하지는 않다. 우유 과민성을 나타내는 유아의 약 30%가 콩단백 제품에도 과민반응을 보인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또 우유 알레르기는 천식·알레르기비염·아토피피부염으로 이어지는 ‘알레르기 행진’의 방아쇠 역할을 한다. 초반에 우유 알레르기가 있을 때 섭취를 중단해 다른 알레르기질환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

Q. 증상이 있으면 어떻게 하는 게 좋나.

A.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을 차단하는 수밖에 없다. 우유 단백질이 들어간 모든 식품의 섭취를 피한다. 소젖으로 만든 우유나 분유는 물론, 산양분유·치즈·요구르트 등도 피해야 한다. 엄마의 모유에도 카제인 단백질이 일부 있어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아이도 있다. 그렇다고 우유를 완전히 먹이지 않을 수는 없다. 특히 12개월 이전에는 음식을 잘 씹지 못해 우유로 영양분을 섭취해야 한다. 이런 아이를 위한 분유가 있다. 문제가 되는 우유 단백질을 완전히 분해한 아미노산 분유다. 영국에서는 보험급여도 인정하고 있다. 한국에는 한독에서 나온 ‘네오케이트’가 있는 걸로 안다. 칼슘과 단백질 등 성장에 필요한 유용한 물질은 섭취하면서 우유 알레르기를 피할 수 있다.

배지영 기자 bae.ji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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