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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정과 영농의 혁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농어촌과 관련된 종합적인 대책수립을 위해 농정기획단이 설치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함께 정부·여당간에는 농업문제와 관련된 여러 현안과제들, 예컨대 농업자금 규모확대와 금리인하, 농지세완화와 소득증대 방안들이 다각적으로 협의되고 있다.
우리는 이같은 정부와 여당안의 몇갈래 움직임이 현재 농어촌이 안고 있는 여러 심각한 문제들을 인식하고 해결하는데 하나의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한다.
70년대 이후 농정의 흐름을 살피면 오늘의 농촌이 안고 있는 문제들을 규명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오늘의 농업문제는 높은 생산비와 낮은 판매가, 생산성과 소득의 정체, 그로 인한 구매력의 감퇴와 부채증가등이 심각하게 부각되어 왔고 이리하여 이농의 증가와농산물 유통구조의 혼란등이 또다른 사회·경제적 파급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이런 문제들은 어제 오늘에 갑자기 나타난 특수상황이 아니며 오랜기간의 농정·개발정책의 누적된 소산이라는 점이 거의 대부분의 경우 간과되거나 과소평가 되어왔다.
농업생산의 기반확충을 위한 투자는 감소되거나 우선순위에서 처져왔고 농산물 가격정책과 구매정책 또한 그 기조를 전환하여 일반정책에 편입되었다. 이런 주요 농업정책의 전환은 80년대이후 확고한 정책방향으로 확립된 것처럼 보여왔고 농업정책은 물가안정정책·재정안정정책의 2차적 관심사로 밀려났다.
그 결과 농업소득의 대종인 추·하곡등 주곡의 정부수매는 크게 후퇴하여 구매가격 또한 억제 또는 동결되었다. 수급의 불안이나 가격상승의 기미가 보이는 농산물은 무한정수입으로 대처하여 농가의 부차적 소득조차 크게 압박받게 되었다.
농업의 이처럼 변모된 현실은 최근들어 급속한 농촌소득감소와 교역조건의 악화로 나타나고 있다. 농가교역조건은 80년에 비해 해마다 악화되고 도시근로자 소득을 앞질렀던 농가소득도 다시 정체내지 역전되었다.
최근의 관심고조는 이같은 현실들이 정치적 시각에서 포착되고 대응되는 과정에서 나타난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농업문제의 기본적 접근은 농업의 주소득정책에서부터 이루어져야 본원적 해결이 가능하다. 가장 핵심적인 가격지지 정책에서는 수매가동결을 지속하면서 부차적인 농자금 금리나 조세인하 또는 부업소득을 논의한다면 그것은 너무나 핵심을 회피한 본말의 전도가 아닐수 없다.
농업문제의 진정한 접근은 현실의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는 과정이 가장 중요하며 그것은 주곡소득 정책에서 찾아져야 한다. 재정의 부담을 이유로 저곡가정책을 고집하면서 농업문제의 근원적 해결을 기대한다면 그것은 전시효과에 그치는 정책대응이 될 뿐이다.
주곡의 가격·구매정책을 정상화하고 농업소득에 크나큰 짐이 되는 수입정책을 재검토한 뒤에 비로소 농자금 금리인하와 규모확대, 농지세감면을 구체화 하는 것이 일의 순서가 됨을 지각하고 싶다.
여기에 또 하나 지적할 일은 1차산업 역시 저가격시대에 적응하는 영농합리화가 추구되어야 한다. 이미 2차산업 분야에선 그런 노력이 집중되고 있으며 영농에서 그것이 게을리 된다면 1차산업과 2차산업의 괴리는 더욱 넓어질 수 밖에 없다.
이것은 농업산업 수단의 근대화 없이는 농촌의 근대화가 이루어질수 없다는 자명한 이치이기도 하다. 저가격 시대에 대한 인식도 부족하고, 능력도 없고, 농정의 관심도 미치지 못한다면 농촌의 고통은 더욱더 가중될 뿐이다.
이런 시각에서 정부는 이번 기회에 근본에 접근하는 노력에 보다 과감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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