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나무] 신화 속에 버무린 성장소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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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현길언 글, 김천정 그림,
계수나무, 192쪽, 8000원

제주도 신화 '세경신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따온 현길언의 '자청비, 자청비'는 사랑 이야기 같기도 하고, 성장 소설 같기도 하다. 하늘에서 다섯 가지 곡식의 씨앗을 가져왔다는 농사의 신 자청비 이야기를 사춘기 청소년의 애틋한 첫사랑, 자신의 꿈을 이루고 싶은 욕망 같은 푸짐한 살을 붙여 그려냈기 때문이다. 작가는 신화를 굳세고 명석한 대감집 아가씨 자청비와 하늘나라 왕자님 천세동의 사랑으로 만들었다. 남자로 변장한 자청비는 3년간 함께 공부했던 천세동을 사랑해 하늘과 땅의 사람은 맺어질 수 없다는 규율까지 어겨가며 결혼을 한다. 그러나 자청비는 땅 사람들이 걱정돼 "땅을 하늘나라처럼 만들고 돌아오겠다"며 천세동과 헤어졌는데 땅 사람들은 아직도 자청비가 들려주는 하늘 이야기를 믿지 않으며 서로 싸우기만 한다는 것이다. 학문과 팔씨름 어느 것 하나 남자에게 지지않는 자청비가 운명을 개척해나가는 모습이 무척 현대적이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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