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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희의 지금 웰빙가에선] 건강한 여행을 위한 꼼꼼한 계획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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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혹시…. 비아그라 처방을 받을 수 있을까요?”

진료실에 들어 온 50대 중반의 여성 환자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남성 환자들로부터야 가끔 받는 요청이지만 여성이 요구하는 것은 처음이라 좀 당황스러웠었다. 알고 보니 티베트 지역에 여행을 떠나는데 남성 발기부전 치료제가 고산병(高山病) 예방효과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것이다. 고산병 예방을 위해 아세타졸아마이드란 약이 주로 사용되긴 한다. 비아그라도 비슷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적이 있었기에 이런 해프닝이 벌어진 셈이다.

여행을 즐기는 인구가 많아지면서 다양한 연령대와 건강상태의 사람들이 여러 형태의 여행을 떠난다. 특히 긴 연휴엔 가족 단위로 해외로 나가는 경우도 많다. 이에 따라 여행에 따른 건강문제도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연령대와 상관없이 여행을 떠나기 전에 자신의 건강 문제들을 미리 점검하면 큰 탈 없이 여행을 즐길 수 있다.

해외 여행지를 정하거나 떠나기 전에 반드시 살필 것은 해당 지역에서 유행하는 질병 여부나 필요로 하는 예방접종이다. A형·B형 간염과 같은 기본 예방접종은 당연히 받아야 한다. 황열 유행 지역으로 여행을 갈 때는 예방접종을 받은 증명서를 지참해야 해당 국가 입국이 가능하다. 말라리아는 주사로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아니라 대개 먹는 약으로 예방요법을 시행한다.

지역에 따라 유행하는 말라리아의 형태가 다르므로 사용할 수 있는 약도 제각각이다. 일반적으로 유행지역 도착 1주일 전부터는 복용을 시작한다. 이런 사항들을 고려하면 여행 떠나기 한 달 전쯤 병원을 방문해 상담을 받는 것이 최선이다. 만약 그 시기를 놓쳤다면 늦어도 2주 전엔 병원을 찾아 점검을 받아야 한다.

해외여행을 잘 다녀온 후에도 혹시 열이 나는 등 불편감이 있다면 병원을 바로 방문하는 것이 좋다.

다양해진 여행패턴 때문인지 국가 명조차 생소한 나라로 여행을 떠나는 경우도 많아졌다. 이런 경우 난 해당지역의 정보를 세계보건기구(WHO)나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 홈페이지에 들어가 검색한 뒤 환자 상담에 나선다. 국내 사이트론 질병관리본부에서 운영하는 해외여행질병정보(http://travelinfo.cdc.go.kr/)가 있다. 스마트폰의 앱을 활용해도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최근엔 임신한 뒤 자축(自祝)과 휴양·쇼핑을 겸하는 태교여행이 유행이라고도 한다. 유산이나 조산의 위험성 등을 고려하면 비교적 안정적인 임신 2기에 여행을 떠나는 것이 권장된다. 현재 유행하는 질병이 없는 비행거리 6∼7시간미만의 지역을 여행지로 선택하는 것이 적당하다.

항공 여행을 할 때는 기내(機內) 공기가 건조한 편이므로 물을 자주 마시는 것이 좋다. 소위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의 원인이라고 알려진 심장 부정맥혈전증을 예방하기 위해선 자주 복도에서 걷거나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고혈압·당뇨병·천식·만성 폐질환 등 매일 약을 복용해야 하는 질병을 가진 환자는 총 여행 일정보다 약간 더 많은 날짜만큼 여분의 약을 준비해가는 것이 중요하다. 간혹 해외 현지에서 다치거나 병이 악화되거나 하는 응급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평소 본인이 복용하고 있는 약 이름이나 질병상태를 영문으로 휴대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평소 꾸준하게 체력관리를 하고 사전 준비를 꼼꼼히 하면 꽃보다 아름다운 인생의 여행을 즐길 준비는 끝난 셈이다.

한림대 성심병원 가정의학과 박경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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