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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기(뿌리깊은 나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실패를 가정하면 어떤 사업이든 성공은 없습니다. 일단 시작하면 믿음을 갖고 부딪쳐야합니다』
인생과 마찬가지로 기업경영도 자기와의 싸움의 연속이다. 싸움에 이기는 길은 확고한 자기확신과 자신감뿐이다. 그점은 특히 제 스스로 기업을 키워온 오너일수록 더하다.
68년 한국브리태니커사에 발디뎌 오늘의 『뿌리깊은 나무』를 심은 한창기사장(47)은 이『하면된다』는 자신감을 굳게 믿고있다.『문화사업을 하면 망한다』는 풍토속에서 스스로 그렇게 버텨왔고 사원들에게도 그점을 강조한다.
굳이 출판업계가 아니라도 70년대 초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이 적극성과 치밀한 판촉전략으로 업계에 준 충격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고 있다. 때문에 한때 중류층 치고 브리태니커사전 한권 없는 집은 행세 못한다는 바람을 몰고와 비난도 더러 받았지만 독특한 세일즈방식이 국내 마키팅분야에 혁신을 몰고온 것도 사실이다.
『세일즈도 자사 상품의 우수성을 믿고 확신을 가질때 설득력이 생기는 것입니다』판매의 왕도란 따로 없다. 결국 『세치의 혀』보다 자신감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물론 판매전략이 뛰어나다 해도 상품의 질이 이를 뒷받침해주지 못하면 소비자에게 환영을 받지 못한다. 그는 바로 상품하나에도 진실을 담는다는 생각에 최소한 우리에게 만족스럽지 못한 글은 독자에게 내놓지 않는다는 편집방침을 고수했다. 원고가 못마땅하면 최종 편집단계에서도 뭉개버렸고 한두달 사이에 벼락치기 책을 만드는 일도 없다. 일단 나온 책은 판마다 수정보완을 거듭한다.
월간 뿌리깊은 나무 폐간이후 『한국의 발전』 시리즈를 내놓으면서 작년에 경영의 어려움을 겪었다.3년 기획으로 전국을 돌며 만든 책이 덜 팔려 그만큼 부담을 안았다. 그러나 결코 실패했다는 생각은 갖지 않는다. 정성을 들여 만든 책은 끝내 호응을 얻게 마련이고 걱정을 하느니 그 시간을 일이 성공하도록 노력하는데 쏟으면 된다는 생각이다. 손길이 간 상품은 애착을 갖고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태도다.
판소리전집·녹차개발·칠첩반상기의 재현 등 전통가치의 재현에 매달리다보니 취미도 민속품과 한국서적의 수집으로 방향이 굳었다.
법대를 나와 고시한번 안봐 그의 말대로 고향을 배반한 셈.
틈 만나면 훌쩍 여행을 떠나 후미진 곳을 찾는다. 지난 초순에는 선암사 (전남승주군)를 들렀다.
그래도 고향 근처를 주로 찾는 것은 귀소성탓인 듯, 절을 둘러싼 매화숲의 향훈이 더 없이 좋아서다.

<약력>
▲1937 전남벌교출생 ▲1961 서울대법대졸업 ▲1968 한국브리태니커사대표 ▲1971 재단법인 언어교육이사장 ▲1976 도서출판 뿌리깊은 나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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