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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가도(2)야당공천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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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선거의 전초전인 공천경쟁은 야당, 특히 제1야당인 민한당의 경우 이미 전국적으로 열기를 뿜고 있다.
전국구 출신의 지역구도전, 동일지역 전국구의원간의 지역구쟁탈전, 원외지구당위원장과 전국구의원간의 경합상이 벌써부터 노골화되고 있는 판에 해금된 구야권인사의 입당으로 이들의 실지회복작전과 신참의원의 수성작전이 겹쳐 혼미한 상태가 가중되고 있다.
여당의 공천경쟁이 조심스럽고 은밀한데 반해 야당은 비교적 공개적이고 때로는 안면 몰수도 서슴치 않는 속성탓으로 개중에는 큰 소리가 나는 곳도 많다. 1구2인제 선거제도 후 제1야당의 공천은 적어도 60∼70%의 당선은 보장하니 그럴 수 밖에 없다. 11대 때는 공천경쟁이 심한 곳은 20대1이 된 곳도 있었는데 이번에도 경우에 따라서 10대1의 경쟁률을 넘는 지역이 허다할 것 같다.
해금인사와 현역의원이 맞붙은 지역에서는 서로 『그 사람은 려러가지 사정으로 공천을 못 받을 것』이라든가, 『다른 지역으로 옮겨갈 것』이라는 흑색선전이 입당도 하기전에 나돌고 있고 몇몇 해금인사에 대해서는 『입당할 수 없을 것』이라는 출처불명의 외세개입설이 한때 입당자를 주춤하게 한적도 있었다.
해금자들중에 입당을 망설인 사람중에는 『민한당이 과연 자생력을 갖고 있는가』 『자칫하면 제2의 규제에 묶이지는 않겠는가』 하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가장 주목거리는 해금인사의 영입으로 인한 현역지역구 신참의원의 공천탈락이 있을 것인지, 또 있다면 몇명이나 될까하는 문제다.
과거 야당사를 되돌아 보면 현역의원의 공천탈락은 거의 없었고 신민당시절 10대선거 때 한병채·박찬·오세응씨등 3명을 탈락시켰다가 당수 화형식까지 거헹되는 극심한 항의소동을 빚은 적이 있다.
지금도 몇몇 젊은 의원들은『공천에서 탈락시키면 당원1천명을 끌고 중앙당사에서 개편대회를 해버리겠다』고 미리부터 엄포를 놓고 있다.
그러나 영입해금인사와 신참의원간의 마찰은 체질개선등의 명분을 통해 한차례 수술과정을 거칠 수 밖에 없고 지역구는 비교적 교체·탈락이 적더라도 전국구는 상당한 수술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민한당 입당이 확정된 19명의 전의원중 10대의 △김윤덕 (나주·광산=이재근) △엄영달(영월-평창-정선=고영구) △이필선(광주동상구=임재정) △김령배(서울강서=고병현) △황병우(청송-영덕-울진=김찬우), 9대의 △이중재(고흥-보성=유준상) △신진욱(대구남수성=신진수)씨가 현역의원과 지역구가 겹친다. 또 통일당출신의 김경인씨(목포)가 임종기총무와 중복된다.
이중재씨는 해금직 후 유애상의원의 조정 제의에 『공천은 부자간에도 양보하지 않는 것』 이라고 했고, 신진욱씨는 친동생이 버티고 있는데도 민한당에 입당해 형제간에 일전도 불사할 눈치. 서울 강서의 김령배씨는 고병현의원과의 경쟁을 의식해 최소한 복수공천이라도 보장받아야 한다고 최종 순간까지 입당을 망설였다.
이중 이중재·김윤덕·김경인씨 정도가 현역의원과 마찰을 피하기 위한 조정이 가능하거나 서울등 타지역구 내지 전국구진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을 뿐 대부분은 심각한 경합상을 보이고 있다.
결국 일부영입자를 전국구로 배려하거나 현역의원을 전국구로 돌리는 등의 조정은 불가피하고 그 과정에서 공천탈락자가 생길 수도 있어 한차례 공천파동도 예상된다.
광주동-북구의 임재정의원과 이필선씨는 벌써 열전단계라는데 『누구는 이번에 공천을 못받게 돼 있다』 『과거 전력이 깨끗지 못하다』는 등의 인신공격도 나오고 있다.
유치송총재측근으조 알려진 황병우씨(청송-영덕-울진)가 영입과정에서 총재의 대리인으로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보도에 김찬우의원은 신경을 곤두세우고 백방으로 뛰고 있다는 소문.
서울강서에서 10대 때 현재의 고병현의원과 복수공천을 받아 혼자 당선됐던 김영배씨가 다시 복수공천을 받는다면 제2차 대결이 되는 셈인데 양측은 서로 자기들 조직기반이 우세하다고 주장하고 있어 긴박감마저 조성되고 있다.
또 영입인사와 원외지구당위원장간의 경합도 간단치 않다. 『지난 3년간 공들여 지구당관리를 해 왔는데 중앙무대에서 공천을 받아 내려오면 우리는 뭐냐』고 하소연하는 위원장들도 적지 않다.
원외와 경합되는 곳은 천안-아산의 정재원(10대)-박동인씨, 대전동구의 박완규-신동준씨등이고 함평-영광-장성에서는 현재의 원외위원장 이진연씨와 원외해금인사 박철용씨등 원외끼리의 경합삼을 보이고 있다. 정상구씨 (부산진)는 전국구로 이곳을 노리는 김진기의원과 위원장 김정우씨와 한판 승부를 겨뤄야 할 처지이고 3선인 박일씨 (밀양-창령)도 이 지역출신인 손태곤·손정혁씨등 두 전국구의원, 위원장 신화식씨등과 복잡한 조정과정을 거쳐야 한다.
4선의원인 박해충씨(안동-의성)는 전국구의원인 김노식의원과 겹치는데 의성에 연고가 있는 신진욱씨가 형제대결을 피해 이곳으로 나오면 해금자끼리 접전을 벌여야 할 판이다.
현역의원간의 지역구쟁탈전도 벌써 열전화 한 곳이 있다. 가장대표적인 케이스가 포항의 서종렬-최수환 두 전국구의원간의 싸움. 두 사람 다 재력이 만만치 않아 포항에 각각 사무소를 차려 놓고 치열한 물량공세를 벌이고 있어 여당의 경합상과 함께 전국 제1의 혼전지구가될 소지마저 보이고 있다.
서울 강남에서는 민한당의 당료출신인 김형내의원과 호텔·주유소등을 소유하고 있는 신재휴의원, 윤보선 전대통령의 비서관을 지낸 윤기대의원등 세 전국구의원간에 긴박감이 조성되고 있고 여기에 해금중진인 이중재씨의 공천여부설마저 돌아 혼전의 양상이다.
이밖에 전국구인 김덕규의원이 동대문의 심헌섭의원과 경합관계이고 이의영의원은 서울서대문-은평의 분구를, 이태구의원이 종로 또는 성동을 각각 겨냥하고 있으며 조주형의원, 이 논산-공주의 육순응 현원외위원장과, 이윤기의원이 달성-고령에서 최운지위원장과 공천경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해금인사인 김창환씨(9대)까지 끼어들 기세다.
그러나 공천경쟁은 여기서 끝나질 않고 3차해금까지를 가상해서 장기적으로 내다보는 사람도 있다. 출신지역에 별 경쟁이 없었으나 서울분구를 기대하고 기다리던 어떤 전국구의원은 『선거직전에 3차해금이 단행 돼 재야거물이 무소속으로 뛰쳐나올 경우 민한당 간판만으로는 승산이 없지 않겠느냐』고 출신구에 사무실을 물색토록 준비시키고 있다.
민한당의 복잡한 사정에 비해 지역구 18석밖에 없는 국민당은 심각한 공천경쟁모습이 없고 구공화당의 신형식씨등이 입당해도 아무 탈이 없다. 다만 영동-보은-옥천의 이동진의원에게 전국구의 이필우의원이 경쟁을 선언하고 지역구조직에 나서서 드물게 격전을 벌이고 있다.
조병봉의원(남양주-양평)과 겹치는 전국구의 김유복의원은 서울강남으로 굳혔으며 부산중리, 영도에서 지구당위원장 한석봉씨와 전국구 노저태의원이 경합하는 정도다. <유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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