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라운지] "정치 악재 속에서도 문화교류 풍성"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후지야마 일본대사관 공보문화원장

한·일 우정의 해를 기념하기 위해 6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한·일 콘서트. 보아(오른쪽)가 일본 인기 댄스그룹 V6를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일 정부가 국교정상화 40주년을 기념하는 뜻에서 정했던 '한.일 우정의 해'가 저물어간다. 7일에는 서울 롯데월드에서 주한일본대사관이 주최한 '일한 우정의 해 피날레 리셉션'도 열렸다. 올해 양국의 정치 관계는 독도.역사 교과서.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 문제로 '우정'과는 거리가 더욱 멀어졌다. 다행히 문화 교류는 어느 해보다도 풍성했다. 한마디로 정랭문열(政冷文熱)이다.

올해 한.일 문화 교류를 결산하면서 누구보다 흐뭇해하는 일본인이 있다. 후지야마 요시노리(藤山義典.45) 주한 일본대사관 공보문화원장이다. 6일 본사를 방문한 그를 만났다. 그는 먼저"올해 양국 정부나 민간단체가 마련한 행사가 700여 건에 달했다"며 입을 열었다. 자신의 역할에 대해 그는 "한국에 일본 행사를 널리 알리고, 많은 사람들이 참가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주요 수단은 매달 5400부씩 발간하는 16쪽 분량의 소책자 '일본의 새 소식'이었다. 행사가 잘 추진될 수 있도록 뒤에서 도와주는 일도 많이 했다. 일본 민간단체의 부탁을 받고 한국 내 공연장을 알선해 주는 일도 그의 몫이었다.

올해 한.일 문화 교류 실적에 대해 그는 "성공적"이라고 자평했다. 한 예로 9월 서울에서 열린 '한.일 축제 한마당'행사에 5만 명이 관람한 점을 꼽았다. 그가 부임했던 2월 말 한.일 관계는 썰렁했다. 독도 문제가 한참 불거져 있었기 때문이다. 자연 그의 마음도 불안했다. 그는 "4월 서울 국립극장에서 사흘간 열렸던 가부키(歌舞伎) 공연을 앞두고 한국 언론이 '(양국 관계가 나쁠 때) 일본 전통극이 한국 무대에 오른다'고 비판할까봐 무척 가슴 졸였다"고 털어놨다. 그는 "기자회견을 하는 등 열심히 홍보한 덕분에 공연 소식이 언론에 많이 소개되고, 연일 좌석의 80~90%가 차는 걸 보고는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4~5월 정치 문제로 일부 지방의 한.일 학생 교류가 중지 또는 연기됐을 때는 마음이 퍽 아팠지만 전반적으론 두 나라 국민이 더욱 가까워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원래 그의 전문 분야는 유럽 문제와 미.일 안보다. 부임 직전에는 외무성에서 주일 미군 문제를 다루는 미.일 안전보장조약과장을 지냈다. 그러다 올 한해 서울에 체류하면서 "문화의 힘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을 알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매주 네 차례 대학에서 한국어를 수강하는 것 외에 한국어 개인 교습도 받고 있다. 한국 사람에게는 더듬거리면서도 가급적 한국어로 말한다. 낚시를 좋아해 매월 1~2차례 강원도 등의 하천을 찾아간다.

그는 일본에서도 한국에 대한 인상이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가깝고도 먼 나라'에서 '가깝고도 가까운 나라'로 느끼거나 그렇게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또 "한국에선 '일본이 지나치게 미국 편향적'이란 지적이 있지만 일본은 한국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내 혐한류(嫌韓流)에 대해선 "큰 흐름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문화교류는 즐거운 마음으로 해야 한다"며 "내년에는 올해의 문화교류 분위기가 한층 확대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글=오대영, 사진=변선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