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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을 다시 할까 망설이는 당신에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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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김광기
김광기 기자 중앙일보 에디터
김광기
중앙일보시사미디어 본부장

“주식이나 펀드를 다시 해야 하나? 지금 들어가면 상투 아닐까?” “예금·저축으론 노후 준비가 안 돼. 투자가 필요하긴 한데, 또 실패하면 어쩌나 불안감이 앞서네.” 요즘 주변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대화다. 코스피지수가 마의 2100 선을 돌파하면서 증시 복귀를 저울질하는 사람이 부쩍 늘고 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은 것인지, 투자에 다시 나설 때 꼭 염두에 둬야 할 것들은 무엇인지 따져 보자.

 먼저 한국 증시가 오랜 동면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고 있는 것은 맞다. 가장 큰 매력은 싸 보인다는 점이다. 선진국을 필두로 글로벌 증시가 달아오른 게 벌써 2~3년이다. 그런데 한국만 유독 ‘천덕꾸리기’ ‘왕따’ 신세였다. 기업들의 주주 홀대, 저배당 정책과 혁신 역량 저하, 실적 부진 등이 주된 이유였다. 정부가 구조 개혁을 말로만 하고, 금융회사들이 고객 수익보단 수수료 챙기기에 혈안이었던 것도 문제였다.

 그렇게 속절없이 시간이 흐르면서 한국은 세계에서 주가가 제일 싼 나라가 됐다. 주식의 자산가치 대비 가격을 보여 주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을 볼 때 한국 증시는 현재 딱 1배다. 기업 자산을 땡처리했을 때 수준에서 주가가 형성되고 있다는 얘기다. PBR 세계 평균은 지금 2배이며, 한국보다 낮은 곳은 러시아와 그리스뿐이다. 국가 부도 위기에 직면했던 나라들이다. 기업의 수익 창출 능력 대비 주가를 보여 주는 주가수익비율(PER)을 봐도 한국은 10배로 세계 평균(15배)에 한참 뒤처져 있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창피하다 못해 화가 날 정도다.

 최근 외국인들이 돌아와 5조원어치의 한국 주식을 쓸어 담은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한국 경제에 큰 희망을 걸긴 힘들지만 그렇게 심하게 망가진 것도 아니지 않으냐는 쪽으로 시각 교정이 이뤄진 것이다. 실제 삼성전자를 필두로 올 들어 저력을 발휘해 실적을 개선하는 기업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저유가와 원화가치 하락 등이 어우러지면서 올해 기업 실적이 기대 이상일 것이란 전망이 가세한다. 기업들은 앞으로 주주를 대접해 배당을 늘리겠다고 약속한다.

 지나쳤던 저평가가 해소되는 것만으로도 코스피지수는 5~10% 정도 상승 여력이 있어 보인다. 기업 실적까지 진짜 좋아지면 그 이상도 가능하다. 하지만 증시가 상승 흐름을 타는 것과 개인이 실제 돈을 버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다. 남들의 성공담과 금융회사 얘기에 솔깃했다가 투자를 망쳤던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이번만은 공부하고 발품 파는 소신 투자와 위험을 분산하는 지혜가 요구되는 이유다.

 뭐 그리 어려울 것도 없다. 평소에 핸드백 하나, 시계 하나를 살 때도 요모조모 품질을 따지고, 가격을 비교하고, 소비자 평가를 듣지 않는가. 주식이나 펀드도 마찬가지다. 어떤 기업이 좋은 제품을 만들어 돈을 잘 벌고 있는지, 경영진은 능력이 있는지, 배당은 잘하고 있는지 등을 평소 신문 경제면이나 투자보고서 등을 통해 꼼꼼히 살펴보면 된다. 주식을 산 뒤로는 눈앞의 시세에 일희일비해선 안 된다. 그 기업의 주인이 됐다는 느긋한 자세로 함께 가야 한다.

 자신이 없다면 그런 일을 대신해 줄 좋은 펀드를 찾아 올라타면 그만이다. 이것도 어렵지 않다. 해당 펀드의 투자설명서를 읽어 보면 누가 어떤 철학을 갖고 어떤 종목들에 투자해 어떤 성과를 내고 있는지 다 나온다. 믿음이 가는 펀드를 찾아 내 것으로 만들어 보자. 이때 국내외를 아울러 여러 펀드에 분산해 돈을 넣으면 투자의 안전성은 그만큼 커진다.

 마지막으로 금융회사와 정부에 당부하고 싶다. 모처럼 살아난 투자의 불씨를 잘 살려 주길 바란다. 금융회사는 고객의 수익을 먼저 생각하는 친구 같은 존재가 돼야 한다. 그렇게 장기 수익이 나면 수수료 수입은 저절로 올라간다. 정부는 척박한 투자 환경을 개선해 줘야 한다. 펀드 투자(특히 해외 펀드)는 지금 똑같은 구조의 저축성 보험 상품에 비해 세금을 가혹하게 많이 내고 있다. 주식 거래 때 내는 증권거래세도 증권회사에 내는 수수료보다 2배 이상 크다. 합리적인 세제 개편이 절실하다. 자본시장을 건전하게 육성하는 것은 중산층을 키우는 지름길이다.

김광기 중앙일보시사미디어 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