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창작 생태계를 만들다, 뉴욕 유튜브 스페이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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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IT산업에서 약한 부분이 ‘생태계’다. 애플로 인해 유명해진 IT생태계는 글로벌 IT 기업들의 경쟁력을 가르는 핵심 요소가 됐다. 그래서 정부도, 대기업도 생태계 조성에 돈을 쏟아붓는데 생각만큼 잘 되지 않는다. 왜일까? 월 평균 순방문자만 10억 명이 넘는 유튜브의 생태계 조성 노력이 하나의 힌트가 될지 모르겠다.

유튜브는 콘텐트 제작자들을 지원하는 전용공간인 ‘유튜브 스페이스’를 영국 런던, 미국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일본 도쿄, 브라질 상파울루에 두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미디어에 공개된 뉴욕의 유튜브 스페이스는 사시사철 관광객들로 붐비는 첼시 마켓 6층에 있었다.

560평의 공간은 콘텐츠 제작에 특화된 전용 세트였다. 4개의 스튜디오에 영상편집실과 녹음실, 분장실까지 갖췄다. 한 스튜디오는 뉴욕 지하철 역을 본떠 만들어졌다. 뉴욕의 일상이 펼쳐지는 친숙한 장소라는 이유에서였다. 이날도 스튜디오에선 뮤직 비디오 제작이 한창이었다.

전문가들의 기술 지원도 이뤄진다. 교육 분야 동영상 제작자인 케빈 리버는 최근 이런 지원을 톡톡히 누렸다. 그는 330만 명의 ‘구독자(사용자)’를 거느린 유튜브 스타다. 그는 ‘소리’를 얘기했다. “소리가 엉망이 되면 구독자들이 금방 떠난다. 그런데 이곳에선 동영상에 양질의 소리를 넣을 수 있다.”

투어 도중 다양한 연령대의 남녀 70여 명이 쏟아져 들어왔다. 유튜브가 개최한 워크숍에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주제는 ‘창의적 전략을 위한 10가지 비법’. 유튜브 관계자는 “제작자들에 대한 교육도 유튜브 스페이스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교육 중엔 매주 한차례씩 5주에 걸쳐 진행되는 ‘신병 훈련소’프로그램도 있다. 초보자들이 동영상을 만들 때 알아야 할 기본지식을 가르쳐주는 실전 훈련이다. 구독자층 분석 기법을 알려주는 강의도 있다. 주된 구독자가 누구인지 파악하면 구독자에 보다 최적화된 콘텐트 제작이 가능해진다. 케빈은 “구독자 분석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내 경우는 대부분이 남성”이라고 말했다.

유튜브 생태계는 구독자-제작자-광고주로 구성돼있다. 제작자가 양질의 콘텐트를 올리면 광고가 따라붙는다. 구독자는 양질의 콘텐트를 무료로 즐기고, 유튜브는 광고수입을 제작자와 나눈다. 2013년 제작자들의 광고수입은 전년보다 60% 늘었다. 유튜브에 따르면 연간 10만 달러(약 1억1000만원) 이상의 수입을 올리는 제작자도 수천 명에 달한다.

유튜브에 올리는 콘텐트가 돈을 만들어내면서 점점 많은 사람이 유튜브 생태계에 뛰어들고 있다. 한식 요리 채널을 운영하는 김광숙(유튜브 상의 이름은 망치)씨는 “2007년 유튜브에 낙지볶음 요리법을 올린 이후 인생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50만 명 이상이 구독하는 그의 요리채널은 '살림의 여왕'으로 불리는 마사 스튜어트보다 인기가 높다. 그는 유튜브 채널 운영을 전업으로 삼고 있다.

유튜브 스페이스 뉴욕은 지난해 11월 문을 연었다. 6개월간 5000명 이상이 교육과 지원을 받았다. 총괄 책임자인 아담 랠리스는 “이곳은 콘텐트 제작자들을 위한 커뮤니티센터”라며 “앞으로도 새로운 콘텐트 제작자들을 계속 지원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유튜브 스페이스는 거대한 제작자 양성소 같았다. 스튜디오 사용과 기술 자문, 강의 등 제공되는 모든 서비스가 무료다. 열정과 아이디어만 있으면 지원은 얼마든지 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런 점에서 유튜브는 영리하다. 제작자가 더 모여들고, 양질의 콘텐트가 더 많이 만들어지고, 생태계가 더 커질수록 유튜브도 돈을 번다. 그것이 생태계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i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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