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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물전 망신 꼴뚜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킨다>라는 말이 있다.
지난 주말 신문의 사회면에서 읽은 한 경찰관의 비위사실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사방에 먹탕물을 뿌리고 앉아있는 어물전의 꼴뚜기에 다름 아니다.
그는 국민의 지팡이라는 공직자로서, 피해자를 보호해 주기는커녕 더욱 가혹한 피해를 덧붙여 씌워서 선량한 한 가정을 난도질하고 국민들의 분노와 불신을 야기 시켰다.
인간성 속에는 선성과 악성이 공존해 있으므로 인간에게 절대 선이나 절대 의를 요구한다는 것은 무리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악과 죄를 극복하고 선과 미를 추구하여 부단히 노력하는 정신이 곧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튼 점이며, 또 우리가 이 사회를 살아나가는데 필요한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책임감이라고 말할 수 있다. 약속된 일이나 질서에 대하여 책임용지는 일은 인간정신의 가장 높은 영역에 속하는 일이다.
물론 그들도 인간이므로 사소한 실수를 저지를 수도 있고 시행착오를 범할 수는 있다. 그러나 비행 중에도 가장 엄청난 비행을 경찰관 자신이 경찰관의 제복을 입고 상습적으로 저질렀다는 것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사회의 공인으로 사는 일은 이름 있는 한 서민으로 사는 일보다 몇 배나 더 힘이 든다.
우리는 위험을 당하거나 다급한 상황에 처하게 되면 경찰관을 찾는다.
그것은 말할 것도 없이 경찰관이라는 직책은 위험에서 우리를 보호해 주는 일이며, 그것이 곧 그들의 사명이라고 믿고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의 비위사실이 모든 경찰관들이 욕되게 했다는 것을 과연 그는 조금이라도 깨닫고 있을까.
그는 아마도 그 자신이 비행을 거듭하면서도 기성세대들이 보편적으로 말하고 있듯이, 요즘의 청소년이 어떻고, 대학생들이 어떻고 하면서 마치도 젊은 세대만이 옳지 않은 길을 걷고 있다고 비분강개했을 것이고, 그런 비분강개의 열변 뒤에 숨어서 뻔뻔스럽게 그런 죄를 범하고 있었단 말인가.
국가와 사회의 중심이 되는 가정이라는 단위 속에는 부부만이 아니고 자라나는 아이들까지도 포함된다.
타인에 가는 피해는 그만 두고라도 그는 그 자신의 아들에게 이번 일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우리는 흔히 비위청소년들의 뒤에는 반드시 불성실한 부모가 있다는 말을 한다.
그는 그의 아이들을 비위청소년이 되지 않도록 키우기 위하여 무엇을 어떻게 했는가.-불쌍한 것은 그의 죄 없는 아들이다.
나는 이 사건에 관련된 여인에게도 책임이 없다고 말하려는 건 아니다. 그는 약하고 두렵고 분별없는 여인으로서의 죄가 있다. 그러나 그 여인을 죄에 이끌고 파란으로 몰고 간 것이 바로 그가 믿고 의지했던 한 공직자-곧 경찰관이었다는 점이 우리를 이토록 통분하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를 더욱 실망시키는 것은 그를 풀어준 경찰서의 공과 사를 구별 못하는 불공평한 행위다. 경범죄를 범한 사람에게도 저지른 것만큼의 벌을 주는 곳이 경찰서이다. 그런데 그들의 동료가 범한 행위는 경범죄에도 해당되지 않는단 말인가. 제발 이런 추악한 꼴뚜기는 어물전에서 다시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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