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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천주교 유·불교 등 전통종교 연구|신부들 선정, 성대·동대 대학원 등에 진학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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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한국 천주교는 본격적인 토착화 추진를 위해 신부들을 국내 불교대·유학대 대학원에 진학시켜 전통종교의 교리 및 사상을 전문 연구키로 했다.
천주교는 이밖에 신부들의 국내 대학원 한국사 전공과 폭넓은 동양학 연구를 위한 일본·자유중국 등의 유학도 추진, 이미 인선까지 끝냈다.
교단 공식차원의 이같은 불교·유교·한국사·동양철학·동양민속학 연구는 한국 천주교회 2백년 사상 처음있는 일이다.
천주교 서울교구 인재양성위원회는 최근 최기섭(봉천성당), 조학문(명동성당) 신부를 각각 유교·한국사 전문연구 사제로 선정, 성대 유학대학원과 서강대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도록 했다.
동국대 불교대학원에 입학해 불교를 연구할 신부 한 명도 곧 인선이 확정될 예정이다.
동양학연구 유학으로는 김인성 신부(동대문성당)가 일본 상지대 대학원 수학을 위해 5월말 출국한다. 동양철학은 최주호 신부(서울교구청)가 이미 자유중국 보인대에 유학, 2년째 석사과정을 수학하고 있다.
국내 대학원에서 불교·유교·한국사를 전공할 사제들은 모두 오는 9월 진학할 예정이다.
각각 유교와 한국사 전공예정인 최·조신부는 대학원 진학준비를 위해 지난달부터 민족문화추진회 부설 국역연수원에 입학, 한문공부를 다지고 있다.
최신부는 기독교사상과 유교사상을 비교연구하고 조신부는 구한말 개화기를 집중 연구할 계획이다.
국내외 수학 사제들의 학비와 체재비는 모두 서울교구청이 지원한다.
인재양성위원회가 선정한 이들 전문연구 사제들은 대체로 신부서품 10년 안팎의 30대 초반이다.
한국 천주교는 2백주년을 계기로 지금까지의 서양권 일변도 사제유학이나 대학원 수학을 지양하고 앞으로는 많은 사재들을 동양권에서 공부시킨다는 방침을 확정했다.
이같은 방침에 따라 올해 1차로 4명의 신부가 국내 대학원과 동양권 대학에서 가톨릭 관계학문 이외의 전문연구를 시작하게 됐다. 서울교구는 이같은 사제들의 특수 전문수학을 앞으로도 계속 추진, 유학지역을 인도·필리핀·스리랑카·태국·파키스탄 등지까지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특히 이번 천주교의 불교·유교연구 「인재양성」은 크게 주목을 모은다.
지금까지 천주교 신부가 사회학·신문학 등의 다른 학문을 연구, 학위를 받은 예는 간혹 있었다. 물론 이같은 연구는 모두가 유럽과 미국 등에서 이루어졌다.
그러나 본격적인 불교·유교의 전문연구는 거의 없는 상태였다. 유교의 경우 백민관 신부(서울 돈암동성당 주임)가 63년 파리 소르본대학에서 「동양철학과 그리스철학의 비교연구」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은 최초의 선례가 있긴 하다.
백신부이 동양철학(유교) 연구는 교단정책적 차원이 아닌 개인 케이스였고 장소도 유교의 본산지인 동양권이 아니었다.
이밖에 서울 명동성당의 김수창 신부도 개인적으로 틈틈이 동양민속학을 연구, 상당한 경지의 조예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까지 학위과정의 전문연구는 없다.
한국 천주교회의 2백주년을 계기로 한 동양 전통종교·한국학·동양학의 본격 연구는 천주교의 「한국화」를 가속화할 것으로 크게 기대된다.
특히 천주교의 타종교 연구는 점차 대립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종교 탕평책」이 요망되는 한국적 종교현실에 새로운 종교간의 일치와 화해를 이룩할 좋은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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