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 단체라면 무료로 홍보해드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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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공익단체의 홍보를 돕는 홍보대행사 사장이 있다. 2002년 '인컴피알재단'이란 비영리 단체를 만든 홍보전문회사 인컴브로더의 손용석(48.사진) 사장이다.

손 사장의 사재 2억원이 밑천이 돼 설립된 이 재단은 자금과 일손이 모자라 홍보에 어려움을 겪는 단체를 지원한다. 인컴브로더에서 일하는 홍보전문가들이 해결사로 나선다.

지난 4년간 청소년 대안학교인 이우학교, 대안가정인 들꽃청소년세상, 한국성폭력상담소, 환경재단 등이 이 재단의 도움을 받았다.

경기도 분당에 있는 이우학교는 설립된 지 꽤 오래 됐지만 학교의 정체성이나 발전 방향에 대한 비전이 뚜렷하지 않아 고심했다. 인컴브로더의 홍보요원 4명이 달라 붙어 대안학교에 대한 인식조사와 국내외 성공사례를 분석했다.

또 다른 학교와의 차별화를 위해 '교육 새희망'이란 슬로건을 내걸었고 이와 관련한 커뮤니케이션 메시지를 만들었다. 또 이 학교에서 홍보일을 할 직원에게는 홍보의 기초이론과 섭외 노하우 등을 가르쳤다.

결손가정 청소년들의 공동 생활체인 들꽃청소년세상은 3개월간의 홍보지원 활동에 힘입어 기금난을 덜기도 했다.

1993년 인컴기획으로 설립한 손 사장은 회사가 2001년 세계적 PR대행사인 브로더월드와이드와 손잡으면서 경영이 안정궤도에 들어서자 문득 뭔가 의미있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궁리 끝에 인컴피알재단을 차렸다. 일정액을 기부할 수도 있었지만 '무료 홍보'의 길을 골랐다.

자신에게 '홍보'라는 탤런트(재능)을 발휘하게 한 사회에 그 재능으로 보답하는 게 가장 의미있는 봉사라고 판단했다. 혼자서 일을 감당하기 어려워 직원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자신의 시간을 쪼개 무보수로 해야 하는 일이었지만 예상 외로 손을 드는 직원이 적지 않았다.

직원들 역시 "내가 가진 재능으로 봉사할수 있어 좋다"는 반응이었다. 인컴피알재단은 16일까지 홍보지원을 받을 단체를 찾고 있다. 그동안은 업무 중 만났거나 따로 추천을 받은 단체들을 직접 찾아가 홍보활동을 도왔지만 이번엔 더 폭넓게 혜택을 준다는 취지로 공모 방식을 택했다.

손 사장은 "선진국엔 변호사 단체가 공익 단체에 보수를 받지 않고 법률서비스를 하는 등 전문가 집단이 자신의 재능을 살려 봉사하는 '프로 보노(pro bono)'활동이 일반화돼 있다"며 "홍보 역시 전문직으로 자리잡고 있는 지금, 인컴피알재단의 활동이 한국내에서 '프로 보노 바람'을 확산시키는데 일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김필규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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