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얕보지마'… 프로 대한항공에 대역전 첫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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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한국전력 김상기(왼쪽)와 이상현이 대한항공 정양훈의 스파이크 공격을 블로킹하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배구는 키 싸움이라지만 키가 전부는 아니다. 이기겠다는 의지 두 스푼과 스피드 한 스푼, 단단한 팀워크가 있다면 작은 팀도 골리앗을 눕힌 다윗의 신화를 만들 수 있다.

한국전력이 6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벌어진 KT&G 프로배구에서 대한항공에 0-2로 지다 3-2로 역전승을 거뒀다. 주공격수인 정평호(1m83㎝.22득점)를 비롯, 남재원(1m87㎝.12득점).이인석(1m87㎝.6득점) 등 좌우 공격수들이 모두 1m90㎝가 안 되는 단신의 실업팀 한전이 프로팀 대한항공을 감전시켰다.

문제는 수비였다. 한전은 서브 득점이 8득점이나 됐다. 프로배구 사상 최다 서브 득점이다. 서브리시브가 나쁜 대한항공 선수를 집요하게 노렸다. 반대로 한전은 대한항공의 강한 서브를 정확히 잡아냈고 쉬운 공격을 했다.

3세트, 대한항공의 리시브가 무너졌다. 한전의 서브 득점이 4점이었다. 서브의 우위를 바탕으로 오른쪽 공격수인 정평호가 펄펄 날았다. 공격 성공률 100%, 7득점을 올렸다. 4세트엔 왼쪽 공격수 남재원이 정평호를 방패 삼아 이동공격과 후위공격으로 코트를 갈랐다. 한전은 마지막 5세트 13-11에서 강동진(16득점)과 김웅진(23득점)의 공격을 연거푸 막아내고 경기를 끝냈다. 98년부터 지휘봉을 잡은 '잡초' 공정배 한전 감독은 프로팀에 스카우트가 안 된 선수들을 끌어 모아 번개같은 팀을 만들었다. "선수 자질로 따지면, 1-1로는 반드시 진다. 2-1 상황을 만들어 키 싸움이 아니라 스피드 싸움으로 몰고 갔다"고 그는 말했다.

대한항공은 한전의 스피드에 대비해 주포 윤관열과 박석윤을 빼고 빠른 선수를 기용했지만, 상대적으로 유리한 높이를 이용 못 하고 졌다. 3전 전패다. 마낙길 KBS 스카이 해설위원은 "앞으로도 대한항공의 비행이 순조롭지 않을 것 같다"고 걱정했다.

인천=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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