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일본 극단 '윤봉길 의사' 국내 공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5면

연극 '윤봉길, 꺼지지 않는 불꽃'의 한 장면.

일본인들이 윤봉길 의사의 상하이 훙커우(虹口)공원 의거를 다룬 연극을 만들어 국내에서 공연한다. 1932년 4월 29일 일본 시라카와 대장 등을 폭사시킨 사건을 다룬 연극 제목은 '윤봉길, 꺼지지 않는 불꽃'.

9일부터 사흘간 문화일보홀에서 공연된다. 한국 독립운동가를 소재로 한 일본인의 작품이 한국 무대에 오르는 것은 처음이다.

연극은 지난해 6월 일본 도쿄 시어터 X에서 공연된 바 있다. 180여 석의 소극장이지만 일주일 공연은 전회 매진이었다. 연극은 3막으로 구성된다. 1, 2막에선 폭탄 투척 사건의 전말을 보여준다. 3막은 윤봉길 사건을 바라보는 여러 시각을 어느 재일 한국인 가족을 중심으로 그린다. 사건을 둘러싼 복잡한 인간의 심리를 그려 미학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왜 윤봉길 의사를 소재로 했을까. 작가이자 연출가인 히라이시 고이치(平石耕一.50)는 "일본 사람들은 윤봉길을 잘 알지 못하거나 테러리스트로 알고 있다. 그러나 난 윤봉길의 사진을 보고 '이런 슬픈 눈을 가진 사람이 어떻게 테러를 저지를 수 있을까'라고 의문을 품었다. 그는 이시카와(石川)현 가나자와(金澤)에 암장(暗葬)돼 있다. 시신을 은밀히 묻은 것이다. 일본인들이 뭔가 과거를 숨기고 싶어한다는 것을 직감하고 자료를 추적하게 됐다"고 말했다.

히라이시는 또 "테러리스트 윤봉길에서 시선을 옮겨 왜 윤봉길이 폭탄을 던질 수밖에 없는가라는 물음을 던지고 싶었다. 최근 일본 사회의 지나친 우경화에 대한 우려도 반영됐다"고 덧붙였다.

히라이시는 100편 이상의 희곡을 쓴 중견 극작가로 대표작은 제2차 세계대전 중 따뜻한 휴머니즘을 발휘한 리투아니아 외교관의 삶을 그린 '센포 스기하아라'란 작품이다. 사회성 짙은 작품 경향을 보인다는 평가다. 여러 차례 한국 공연 의사를 타진하다 이번에 공연문화산업연구소(김의경 이사장)의 주선으로 국내 공연이 성사됐다.

공연에 앞서 출연진과 제작진 30여 명은 8일 효창공원 내 윤봉길 의사의 묘소를 참배한다. 19일 윤봉길 의사의 기일에 맞춰 일본 가나자와에서도 공연될 예정이다. 02-742-9870.

최민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