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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영화 「작가의 시대」열릴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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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08면

영화팬들은 한국의 영화감독들이 앞으로 과연 「작가의 시대」를 열것인가에 대해 관심을 쏟고있다.
조짐은 없는것은 아니다. 평론가들은 이를테면 이장호·임권택·이두용·배창호 같은 감독들에게서 작가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영화는 보통 감독에 따라 「장인(장인)의 영화」와 「작가의 영화」로 나뉜다.
「장인(arti-san)의 영화」는 기술적으로 완벽하게 연출해 재미있게 만드는 영화다. 그러나 감독 자신의 세계는 찾기 힘들다.
반면 「작가(auteur)의 영화」는 오늘날 다른 분야의 예술가, 즉 소설가·시인·화가·작곡가와 같이 감독의 개인적 표현을 창조해내는 영화다. 작가의 영화는 단순히 기능적인 연출을 거부한다. 작가의 개인적인 독창성, 즉 고집스런 스타일고 주제가 일관성 있게 추구되며 세계를 보는 개인적인 관점이 선명하게 나부낀다.
작가의 영화에 대한 안목은 1950년대 중반, 후에 「누벨 바그」라 불렸던 프랑스의 일군의 비평가 출신 감독들에 의해 발전됐다.
한국영화가 본격적인 작가의 시대를 열 것인가하는 문제는 한국영화의 사활이 걸린 문제로 지목되고 있다. 안병섭교수(영화평론가·서울예전대)는 현실을 이렇게 본다.
『바람불어 좋은날』이래 『어둠의 자식들』 『과부춤』 『바보선언』을 통해 한국인의 아이덴티티를 저변인생에서 찾으려는 이장호감독에게선 작가 의식을 느낄수 있으나 그 형식미의 추구에서 문제를 남기고 있다. 『피막』 『욕망의 늪』 『물레야 물레야』의 이두용감독, 『만다라』 『안개마을』 『불의 딸』의 임권택감독은 원숙한 장인의 경지를 넘어 작가로 도약할 과제와 맞부딪치고 있으며 『꼬방동네 사람들』 『적도의 꽃』 『고래사냥』의 배창호감독은 주목할 성장과정에 있다.
안교수는 『장인의 경지를 일단 완성시킨 뒤에 작가로서의 성장을 추구해야할것』이라며 『아직도 많은 감독에게서 연출력의 미숙을 볼때 오히려 장인의식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밀했다.
한 평론가는 『「권력물을 만들어주시오」 「섹스영화를 만들어주시오」라고 주문만 오면 제꺽제꺽 만들어내는 풍토에선 감독은 기능공의 수준을 면키 어렵다』고 지적했다.
돌이켜보면 한국영화가 세계영화와 접맥, 반짝했던 시기가 두번 있었다.
한번은 나운규 감독의 『아리랑』이 나온 1920년대. 그는 한국 최초의 작가였으며 『임자없는 나룻배』 『나그네』의 이규환 감독이 뒤를 이었다.
당시 세계는 「채플린」의 『황금광시대』, 「에이젠슈타인」의 『전함포콤킨』, 「푸도프킨」의 『어머니』를 내영화의 재능을 피워올리던 시대였다.
또 한번은 30년후인 1950년대말∼60년대초까지 이어진 한국영화의 황금기였다. 세계가 「작가의 영화」시대를 열고 있을때 『오발탄』의 주제와 그 형식미를 추구했던 유현목감독, 『하녀』에서 『충녀』에 이르기까지 여성의 애욕본능의 해부와 생준수단으로서의 성에 대해 줄기찬 탐구를 폈던 김기영감독, 리얼리즘과 영상에 대한 투철한 정신의 소유자였던 이만희감독 등이 작가의 맥을 이었다. 그러나 우리 감독들의 작가정신이 꽃피기에는 워낙 척박했던게 지금까지의 풍토였다.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나 또다시 30년만에 맞은 80년대, 한국영화의 전환기에 서서 우리는 다시한번 「작가시대」의 구가(구가)를 기대해 봄직하다. <이근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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