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힐러리 클린턴 대선 후보, 여성 이슈에 대한 입장 “그때 그때 달라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정계에서 이목을 끄는 여성이라는 지위를 적극 포용하는 동시에 거리를 두는 행보를 취해 왔다. 이처럼 그녀가 자신의 정치 커리어 내내 맡아 온 상반된 역할이 2016년 대선에서는 어떻게 나타날까?

“비록 이번에는 가장 높고 단단한 ‘유리 천장’을 깨뜨리지 못했지만 여러분 덕분에 그 안에 1,800만 개(1,800만 여 표)의 균열을 만들었다”

지난 2008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때 오바마 후보에 밀려 패배를 인정하면서 힐러리가 한 연설이다. 이제 그녀는 2016년 대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힐러리는 이 유리 천장을 산산조각내기를 바라고 있다. “언젠가 미국에서 여성 대통령이 선출되기를 원치 않는가?”

클린턴은 자신의 정치 커리어 내내 여성 관련 이슈에 중점을 두었다. 그러나 초기에는 보다 전통적인 사고를 지닌 여성들을 소외시키지 않으면서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기 위한 투쟁을 벌이는데 있어 고전했다. “나는 전업주부로 있으면서 쿠키를 굽고 차를 마실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직업적인 만족을 추구하기로 결정했다.”

1992년 클린턴 전 대통령의 대선 캠페인에서 했던 이 발언은 전업주부들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 힐러리는 소위 ‘엄마 전쟁’(mommy war)에서 수세에 몰렸다. 심지어 그녀는 바버라 부시와 ‘쿠키 굽기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남편 빌 클린턴이 모니카 르윈스키, 제니퍼 플라워스와의 성추문에 휘말리자 엄마와 아내로서 힐러리의 역할이 다시 한번 세간이 이목을 끌었다. 그녀는 “나는 가수 태미 와이넷의 노래 ‘stand by your man’의 가사처럼 남편 옆이나 지키는 그런 여자는 아니다”라며, “나는 남편을 사랑하고 존경하기 때문에 이 자리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녀의 개인사에 대한 관심이 멀어지자, 힐러리는 여성의 권리에 대해 대내외적으로 강력한 목소리를 냈다. “인권은 여성의 권리이며, 여성의 권리는 곧 인권이다”.

상원의원 재임 시절, 그녀가 제안한 많은 법안은 여성, 아동, 의료보건에 관한 것이었다. 힐러리는 저소득층 여성에게 피임약을 지원하고, 임금 격차를 해소하고, 낙태 권리를 지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2008년 자신이 대선에 출마했을 때, 그녀는 여성의 권리를 거론하기는 했지만, 여성 이슈가 대선 캠페인의 주요 공약은 아니었다.

힐러리는 심지어 최초의 미국 여성 대통령 선출에 관한 질문을 어물쩍 넘어가기까지 했다. “여성 대권 후보로 출마하는데 어떤 의미가 있냐는 질문에, 나는 항상 여성으로 출마하게 되서 영광이라는 답을 했다”. “그러나 내가 출마한 이유는 내가 최고의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녀가 파악한 대로, 단지 여성이라고 해서 여성의 표를 자동적으로 얻을 수는 없다.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오바마 후보가 힐러리보다 여성 표를 11%포인트 더 득표했다.

그러나 국무장관 시절, 힐러리는 또 다시 여성 관련 이슈에 강력한 목소리를 냈다. 그녀는 여성이 권리를 국제적으로 옹호하기 위해 먼 길을 마다않고 다녔다. 또 전쟁 지역에서 성폭력으로부터 여성을 보호하기 위한 UN 결의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결의안 발표에 앞서 이루어진 그녀의 연설은 성평등에 관한 것이었다.

지난 3월 힐러리는 UN에서 연설했다. “21세기에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완전히 실현되려면 멀고도 멀었다”. “또 미국은 이와 관련해 책임이 있고, 여성 관련 이슈를 지속적으로 주도해 나가고 있으며, 무엇이 가능한지를 보여주는 등대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민주당 내 다른 경쟁자들도 몇 명 있는 가운데, 힐러리는 자신이 공화당 후보들과 차별화되기를 기대할 것으로 보인다. 또 많은 관측통들은 여성의 권리가 거기에서 큰 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미 대선의 풍향계 역할을 해 온 아이오와 주를 방문한 힐러리는 “안녕하세요! 아이오와” “제가 돌아왔습니다”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 아시아가 공급한 영상입니다. http://kr.WSJ.com에서 더 많은 비디오를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