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틴틴 월드] 미국의 새 정치이념 '신보수주의' 목표는 뭔가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8면

이라크 전쟁을 전후해 “신보수주의자들(Neoconservatives)이 미국을 움직인다”는 얘기를 종종 들어보셨을 거예요.

줄여서 ‘네오콘(Neocon)’으로 부르는 신보수주의자들은 어떤 사람들인지,그들은 어떤 주장을 펴고 있는지 알아보기로 해요.

우선 미국 신보수주의를 대변하는 ‘미국의 신세기를 위한 프로젝트(PNAC)’란 단체의 창립선언문부터 살펴볼까요.

1.한마디로 미국이 세계를 지배하겠다는 말처럼 들리는데요. 이런 주장이 언제부터 시작됐나요.

1980년 공화당의 로널드 레이건 정권은 '강력한 미국'을 기치로 내걸고 출범했어요. 군사력 증강을 바탕으로 '악의 제국' 소련을 무너뜨리고, 적극적인 대외 팽창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었어요.

이 같은 주장은 미 공화당이 대변해온 전통적 보수주의의 고립주의와 '작은 정부' 원칙을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어요. 그래서 기존의 보수주의(Conservativism)에 새롭다는 뜻의 '네오(Neo)'란 말이 붙은 거예요.

2.보수주의와 신보수주의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요.

원래 미국의 보수주의는 영국 식민지에서 독립한 역사적 경험 때문에 "다른 주권국가에 간섭하지 않고, 간섭받지도 않겠다"는 고립주의의 전통이 강했어요.

하지만 신보수주의자들은 제국주의자라는 비난까지 들을 정도로 적극적인 대외 간섭정책을 주장하고 있어요. 미국이 전 지구적 차원에서 수행하고 있는 '테러와의 전쟁'이나 대량살상무기 제거 노력 등은 신보수주의자들의 주장이 반영된 대표적 간섭정책으로 볼 수 있겠죠.

3.보수주의의 새로운 형태라기보다는 전혀 다른 이념처럼 들리는데요. 어떻게 그렇게 갑자기 노선이 바뀐 건가요.

신보수주의자들 중 상당수가 국제주의 성향이 강한 민주당 출신이란 이유가 크답니다. 신보수주의란 말을 처음 쓴 어빙 크리스톨(83)도 민주당 당원이었다가 공화당으로 전향한 사람입니다.

미국 신보수주의를 대변하는 PNAC란 단체의 창설 멤버를 보면 신보수주의가 현재 미국 정부를 움직인다는 말을 실감할 수밖에 없어요.

딕 체니 부통령,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폴 울포위츠 국방부 부장관 등 미 정부의 실세라는 사람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미국에선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네오콘의 꼭두각시'란 말까지 나오고 있어요.

4.부시 행정부에서 신보수주의자들은 어떤 주장을 하고 있나요.

이라크 전쟁을 주도한 사람들이 바로 이들이에요. 부시 행정부에서 신보수주의 이념을 가장 적극적으로 대변하고 있는 울포위츠 부장관은 2001년 9.11 테러 직후부터 "테러를 지원하는 이라크 정권을 반드시 무너뜨려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결국 그대로 된 거죠.

골수 신보수주의자인 그는 국방부 차관이었던 91년 걸프전 때 아버지 부시 대통령에게 '후세인 정권 교체'를 주장했다가 거부당한 적도 있고요.

신보수주의자들은 테러 단체나 테러 지원국가, 또는 북한과 같은 대량살상무기 보유 국가의 위협으로부터 미국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선제공격이 필요하다고 주장함으로써 '방어전쟁'이 기조였던 미 국가안보전략을 바꿔놓기도 했어요.

미국이 위협이라고 판단하면 확실한 증거가 없어도 세계 어디서든 전쟁을 벌일 수 있다는 논리로, 이번 이라크 전쟁에서 유감없이 진가를 발휘했습니다.

5.신보수주의를 견제하는 세력은 없나요.

현재 공화당 정권에서는 콜린 파월 국무장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국가안보 보좌관이 각각 온건파와 현실주의자로서, 신보수주의자들의 독주를 견제하고 있다고 볼 수 있어요.

이들은 유럽과의 전통적 동맹관계를 중시하고 힘으로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보다는 외교적 노력을 강조하고 있어요. 공화당 내 전통적 보수주의자들도 신보수주의자들의 지나친 개입 일변도의 대외정책을 비판하고 있고요.

6.신보수주의자들이 주장하는 대북정책은 어떤 건가요.

윌리엄 크리스톨 PNAC 회장은 자신이 발행인으로 있는 주간지 위클리 스탠더드 사설(2002년 10월 28일자)에서 "북한에 대한 모든 지원을 중단하고, 정권교체를 목표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미 정부 일각에서 힘을 통한 북한 정권 교체나 영변 핵시설 공습 주장 등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은 이들의 입김이 작용한 결과로 볼 수 있어요.

정효식 기자

*** 바로잡습니다

5월 27일자 18면 '미 신보수주의파 계보'에서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존스홉킨스대 학장이 아니라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SAIS) 정치경제학 교수이므로 바로잡습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