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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 중에도 복귀 쉽게 재택 교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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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독일 바스프의 직원들이 출근길에 아기를 맡기러 사내 유아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루트비히스 하펜(독일)=신인섭 기자

선진 기업들은 여성의 사회활동이 급증한 1980년대부터 회사 내에 탁아소를 두기 시작했다. 일하는 여성의 가장 큰 부담 가운데 하나인 육아 문제를 기업이 해결해 주는 대신 직원들에게는 높은 생산성을 요구하고 있다. 출산휴가 기간 중 공백을 메워 주기 위한 사내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회사도 있다.

◆ M형 커브의 벽을 넘기="이젠 직장생활 끝이야." 닛산자동차 다양성 개발실의 요시마루 유키코 실장은 80년 입사 이후 이런 혼잣말을 수도 없이 했다고 회상했다. 남편과 맞벌이를 하면서 아이를 키우는 어려움 때문에 심리적으로나 시간상으로 줄타기의 연속이었다는 것이다. 그녀는 "하지만 그때마다 '회사를 그만두는 것은 마지막 선택'이라고 스스로 되뇌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닛산자동차로 스카우트된 그녀는 올 4월 개발실에 직원용 탁아소를 개설했다. 요시마루 실장은 "자동차 구입 때 의사 결정자의 60%가 여자지만 닛산에선 여성 고객의 마음을 잘 헤아릴 여직원이 아기를 낳을 때면 그만둬 문제였다"며 "카를로스 곤 회장이 현재 1.5%에 불과한 여성 관리자 비율을 2007년까지 5%로 끌어올릴 계획이어서 여직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여성이 직장에 다니다 출산 때면 집안에 들어앉는 문화 때문에 여직원의 취업률이 대졸 직후 높았다가 출산 때 갑자기 낮아진 뒤 아이가 크면 다시 오르는 'M형 커브'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돼 왔다. 여기에 저출산 문제가 심각해지자 정부가 나서 여성 근로자의 출산 지원을 법제화했다. 기업도 이에 호응해 육아휴직을 법적 기간(1년)보다 넉넉하게 잡아 주고 육아를 위한 근무시간 단축제도를 시행하며 사내탁아소도 앞다퉈 만들고 있다. 일본의 가전회사 NEC는 7월부터 사원이 부모로부터 육아 도움을 받기 위해 부모의 집 근처로 이사할 경우 이사 비용을 50만 엔(약 430만원)까지 지원해 주고 있다. 유럽 기업들도 적극적이다. 독일의 화학회사 바스프는 직원들의 세 살 이하 자녀를 맡아 주는 유아원인 루키즈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교사 여덟 명이 서른 명의 유아를 돌본다. 부모들이 자녀를 한 달간 맡기는 데 드는 비용은 월급에 따라 250~450유로(약 30만~55만원)다. 회사는 여기에 한 달에 3만6000유로(약 4400만원)를 부담한다.

◆ 탁아소도 업그레이드=미국 뉴저지주 프린스턴에 위치한 제약회사 브리스톨마이어스스킵(BMS) 탁아소. 점심시간 중 아이를 보러 온 직원들이 눈에 띄었다. 탁아소 교사들은 아이를 돌보며 매일 A4 용지 한 장 분량의 '부모용 쪽지'를 적는다. 아이가 음식을 먹은 시간, 화장실을 간 횟수 등이 꼼꼼히 기록된다. 부모들이 퇴근할 때 아이의 하루를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임신 중인 회사 직원 스테이시 아크볼드는 "상당수 여직원이 탁아소 혜택 때문에 이 회사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금융업체 푸르덴셜은 모유 수유 장려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모든 건물에 모유 수유방을 두고 있고 유축기를 살 때 회사에서 비용을 일부 부담한다. 아이가 건강해야 엄마가 걱정 없이 회사 일을 잘할 것이란 생각에서다.

◆ 출산휴가 동안 공부시킨다=일본 화장품회사 시세이도의 직원 마리코 다나카는 2003년 육아휴직 기간에 회사가 개설한 인터넷 강좌를 들었다. '위위우'(www.wiwiw.com)라는 이름의 이 강좌는 회사가 육아휴직 중인 직원의 육아 및 복귀 준비를 위해 만든 것. 육아 정보 외에 회계 기초.컴퓨터 기술.영어 강좌 등이 개설돼 있고, 근무 중인 직원들과의 정보 교환을 위한 게시판도 있다. 마리코는 "휴직 중에도 회사가 나를 필요로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강제는 아니었지만 시험을 치르기 위해 공부도 해 복직 뒤 근무에 어려움이 없었다"고 말했다. 시세이도가 2002년 시작한 이 프로그램을 지금까지 이용한 직원은 모두 1500여 명. 시세이도는 이 프로그램을 일본 내 90여 개 회사에 1인당 6000엔(약 5만1400원)씩 받고 판매도 하고 있다.

독일 제약회사 바이엘은 육아휴직 중인 직원에게 세미나 등 사내교육 참여 기회를 준다. 직원들이 평균 2~3년의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있어 회사 측이 직원들의 업무 복귀를 돕기 위해 이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다. 바이엘의 볼프강 셍크 기획조정실장은 "업무가 빨리 바뀌기 때문에 직원들도 장기간 쉬면 뒤처질 수밖에 없다"며 "양질의 노동력을 유지하기 위해 회사와 직원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 미국.독일.일본 = 이영렬(팀장), 이현상.장정훈.홍주연 기자(이상 산업부), 신인섭 기자(사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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