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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작가가 그린 색칠하기 책 … 역대 최고 값 받고 미국 수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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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송지혜

한국 작가가 도안을 그린 컬러링북 『시간의 정원』(북라이프) 시리즈가 선(先)인세 20여만 달러(약 2억2000만원)를 받고 북미 지역에 수출됐다. 20만 달러는 북미 지역에 판권이 팔린 한국 출판물 선인세 중 역대 최고 수준이다.

 북라이프의 모회사인 비즈니스북스는 13일 “지난해 12월 출간된 컬러링북 『시간의 정원』과 오는 6월 출간예정인 『시간의 방』 두 권에 대해 미국출판사 랜덤하우스와 북미 지역(미국·캐나다) 판권계약을 체결했다. 선인세는 두 권을 합쳐 20만 달러 선”이라고 밝혔다. 소설가 신경숙씨의 『엄마를 부탁해』가 지난 2009년 선인세 7만5000달러에 팔리는 등 한국 문학작품의 북미 지역 진출은 꾸준히 이어져 왔지만, 소설 분야가 아닌 예술 분야의 책이 높은 선인세를 받고 판매된 것은 드문 사례다.

 『시간의 정원』은 지난해 한국을 휩쓴 컬러링북(색칠놀이 책)의 인기에 힘입어 국내에서도 현재까지 4만 부 이상 판매됐다. 섬유 아티스트 송지혜(30)씨의 작품으로 ‘소녀의 시간 여행’을 테마로 한 감성적인 일러스트가 담겼다. 국내 서점가에서는 영국 일러스트레이터 조해너 배스포드의 『비밀의 정원』에 이어 이 분야 2위를 꾸준히 지키고 있다. 출간을 앞두고 있는 『시간의 방』 역시 같은 작가의 작업이다. 송 작가는 “원래는 섬유 아트를 위해 수년 동안 그린 도안이었는데, 컬러링북과 콘셉트가 잘 맞아떨어졌다. 오랜 시간 작업한 만큼 완성도가 높은 것이 인기의 비결인 듯하다”고 말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기라델리 초콜릿 공장의 케이블카를 소재로 한 책 속 도안. [사진 북라이프]
『시간의 정원』은 시간 여행을 테마로 한 컬러링북이다. 도안에 색을 칠한 샘플그림. [사진 북라이프]

 이번 계약은 올해 초부터 미국에 상륙한 컬러링북 열풍에 힘입은 바 크다. 올해 3월 배스포드의 『비밀의 정원』이 북미 지역에 출간되면서 큰 화제를 모아 아마존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시간의 정원』 북미 지역 판권을 관리하고 있는 대니홍 에이전시 홍대규 실장은 “컬러링북에 대한 미국인들의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시간의 정원』의 세밀하고 서정적인 그림체가 미국 독자들에게도 좋은 호응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간의 정원』은 북미 지역은 물론이고 대만·중국·일본·프랑스·이탈리아·브라질 등 현재까지 7개국에 판권이 팔렸다. 포르투갈 등과도 판권계약을 협의 중이다. 출판사 측은 아시아 지역은 물론이고 유럽이나 남미 지역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출판연구소 통계에 따르면 한국 출판물 판권 수출 실적은 2013년 기준 중국이 46.1%, 태국이 17.9%, 말레이시아 9.6% 순으로 주로 아시아 지역에 집중돼 있으며 북미 지역은 미미한 수준이다. 분야별로는 아동서 62%, 만화 14%, 문학 13% 순이었다. 한국출판연구소 백원근 책임연구원은 “새로운 장르인 컬러링북이 높은 가격에 북미시장에 수출됐다는 것은 판권 수출의 새로운 효자종목이 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출판계에도 좋은 자극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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