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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우울한 봄날은 언제 끝날까

중앙일보

입력

프로야구 넥센이 우울한 봄날을 보내고 있다. 시즌 초반 악재가 잇따라 터졌다.

지난 시즌 준우승팀 넥센은 올 시즌 우승을 목표로 내걸었다. 하지만 13일 현재 9위(4승8패)로 처져있다. 팀 승률은 0.333. 최하위 kt(2승11패)와 2.5경기 차다. 시즌 개막 때만 해도 이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 펼쳐질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 염경엽 넥센 감독이 "웃고 있지만 속은 타 들어간다"고 말할 정도다.

넥센은 개막 후 보름 동안 파란만장한 나날을 보냈다. 가장 큰 악재는 지난 시즌 프로야구 최초로 200안타를 때린 2루수 서건창(26)의 부상이었다. 서건창은 지난 9일 두산전에서 무릎 십자인대 파열 부상을 입어 3개월 재활해야 한다. 사실상 전반기 복귀는 어렵다. 현재 3루수 김민성(27)도 발목 부상으로 빠져있다. 이로써 준우승을 이끌었던 내야진 중 1루수 박병호(29)만 남아있다. 유격수 강정호(28·피츠버그 파이리츠)는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마운드도 불안하다. 겨우내 탄탄하게 구축한 선발들이 줄줄이 무너져 고전했다. 문성현(24)이 2경기에 나와 2패 평균자책점은 9.72를 기록했다. 김대우(27)는 지난 9일 두산전에 선발로 나왔지만 5이닝을 버티지 못하고 강판됐다. 또 올 시즌 새로 영입한 외국인 투수 피어밴드(30)는 기복이 있다. 지난 1일 NC전에서는 5이닝 6실점(5자책점), 7일 두산전에서 6과 3분의1이닝 2실점, 12일 kt전은 5이닝 5실점을 기록했다.

염 감독은 불안한 마운드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 8일 한화 투수 양훈(29)을 데려오고, 이성열과 허도환을 내주는 깜짝 트레이드를 했다. 하지만 양훈이 제대로 몸을 만들어 경기에 나오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염 감독은 12일 "양훈은 웨이트 트레이닝 보강을 하면서 밸런스를 맞추고 있다. 후반기 때 선발로 나서면 좋겠지만 안 되면 내년까지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투타가 전부 삐걱대면서 분위기가 깊게 가라앉았다. 넥센은 지난 9일 에이스 밴헤켄을 선발 투수로 내보냈지만 상대 선발 마야에게 노히트노런(무안타 무실점 경기) 기록을 내줬다. 이어 11연패에 빠져있던 막내 구단 kt에 2승을 헌납했다. 오죽하면 조범현 kt 감독도 "넥센이 힘들 것이다. 주전 1~2명이 부상당하면 팀 분위기가 확 가라앉는다. 특히 서건창은 넥센 공격 시발점이 아닌가"라며 걱정했다.

아직 시즌 초라는 것이 넥센에겐 희망이다. 안경현 해설위원은 "시즌마다 모든 팀에는 한 번의 위기가 온다. 넥센은 시즌 초에 왔기 때문에 악재를 딛고 올라갈 시간이 있다. 잠잠한 스나이더, 윤석민 등이 터지고, 김하성, 김지수 등 백업 선수들이 빨리 경기에 적응한다면 아직 4강 승산은 있다"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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