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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기업가족친화경영중] "육아휴직조차 제대로 못 쓰는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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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제일기획의 이선구 국장은 2003년 3개월간의 육아휴직을 했다. 당시 임신 5개월째 접어든 아내와 태아에게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병원의 진단을 받자 '과감히' 휴직계를 내고 아내의 뒷바라지를 했다. 다행히 아기는 건강하게 태어났다.

일과 가정에 대한 사회적 가치관이 점차 바뀌면서 한국에서도 가정생활을 뒷받침해 주는 각종 제도를 도입하는 기업이 많아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가족친화' 개념이 싹트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앞의 사례들은 아직 우리 사회에서 보편적인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2003년 서울디지털대학이 기혼 직장여성 835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91%가 육아휴직을 사용해 본 적이 없다고 답했으며, 특히 이 중 51%는 '회사에서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고 응답했다.

현재 한국에서의 육아휴직 규정은 생후 1년 미만의 영아를 가진 남녀 근로자가 영아가 생후 1년이 될 때까지 할 수 있게 돼 있다. 선진국에 비해 육아휴직 기간이 짧을 뿐만 아니라 그나마 복직 때 불이익이 있을까봐 마음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남자가 육아휴직을 신청했다가는 직장에서 '별종'으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전일제' 위주로 짜여 있는 근로 형태도 일과 가정 동시에 충실하려는 여성 근로자에게 벽이 되고 있다. 우리 기업 중 여성 근로자를 위한 유연한 근무 체계를 도입한 곳은 그렇게 흔치 않다. 이런 제도와 관습의 벽은 우리나라 여성의 고용률(15세 이상 인구 중 취업자 비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하위권인 52%대에 머무르게 하고 있다.

강우란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여성 고용을 늘리려면 탄력적 근무시간제(총근로시간만 정하고 근로시간을 자유롭게 선택), 시차출근제(근로자가 사정에 맞게 출퇴근 시간을 정하는 것), 압축근무제(하루에 더 많은 시간을 근무해 출근일 수를 줄이는 제도) 등 다양한 '친가족적 근무 형태'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미국.독일.일본 = 이영렬(팀장),

이현상.장정훈.홍주연 기자(이상 산업부), 신인섭 기자(사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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