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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선 동결권유... 종업원은 인상요구 기업마다 임금조정 진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올해 임금조정이 기업마다 큰 진통을 겪고있다. 올해 정부의 임금조정 가이드라인이 호봉 상승 분을 포함해 3%인상 선으로 제시됨에 따라 기업들은 일단 기본급 동결을 원칙으로 임금조정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노사협의회 등에서 심한·진통을 겪고있다.
정부가 제시한 3%임금조정 가이드라인은 기본급을 동결시킨 채 근무연한이 늘어남에 따라 자동적으로 오르는 호봉상승분만 3%정도 올리라는 것으로 결국 봉급자로서는 당연 승급 외에는 한푼도 더 받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근로자들은 실제 장바구니물가는 정부가 발표한 지난해 소비자물가상승률2%보다 훨씬 많이 올랐고 생활수준의 향상 등으로 실질적인 부담이 크게 늘어 기본급 동결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고 기업으로서는 정부의 동결원칙에 주거래은행 등의 강력한 종용으로 임금을 올려주고 싶어도 올리기가 힘들다는 주장이다.
삼성·현대·럭키금성·대우·두산·코오롱·삼미그룹 등 대부분의 대그룹들이 모두 기본급을 작년수준에서 묶는다는 원칙아래 노사협의회 등을 통해 임금조정을 벌이고있다.
이들 대기업들은 일단 사무직과 간부직 사원의 임금은 호봉 상승분외에는 일체 올리지 않을 방침이나 하위직이나 생산직 사원에 대해서는 호봉 상승분외에 3∼5%정도의 기본급인상을 고려한다는 방침을 정해놓고 근로자들을 설득하고있다.
선경·한일합섬 등은 하위 생산직에 대해 기본급을 3∼5%올려줄 방침이고 쌍용그룹은 호봉 상승분 이외에 3∼5%를 올려줄 계획이다.
한편 올해에는 아직 임금조정을 위한 금융노조와 은행측의 접촉이 시작되지 않았지만 현재 노조측이 요구하고있는 안은 ▲정기 호봉 승급 외에 5%이내의 범위에서 소폭임금을 인상하되 ▲현재기본급(본봉+직책수당)기준으로 지급되고 있는 보너스(행원 연5백%)의 지급기준에 금융수당(행원은 기본급의4O%, 대리이상은 기본급의 35%)을 포함시켜 달라는 것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인상」을 통하지 않고 실질적인 소득을 늘리자는 아이디어인데 일부 은행에서는 이 같은 노조측의 제안에 대해 구체적인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국책은행·보험회사·국영기업체 등도 올해 임금을 작년수준에서 동결시킬 방침이다.
이같이 대부분의 기업들이 올해 임금을 작년수준에서 묶겠다는 것은 ▲정부통계대로라면 지난해 국내소비자물가는 2%상승에 그쳤고 ▲호봉상승도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생산성 증가 없이 기업부담을 늘리는 것으로 임금인상에 포함시켜야하므로 결국 호봉 상승분인 임금 3%인상만으로도 근로자들의 실질소득은 줄어들지 않는다는 논리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한국물가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한햇동안 43개 생필품 중 21개 품목의 값이 큰 폭으로 올랐고 12개만이 소폭으로 내리는 등 실제 서민들의 피부에 와 닿는 물가는 정부가 발표한 2%보다 훨씬 높게 올랐고 생활수준의 향상에 따라 의료비·교육비의 부담도 한층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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