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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식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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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철이네 집에는 할아버지 할머니 아빠 엄마가 함께 살고 있다. 이젠 평균수명도 많이 늘어나 남자가 70세, 여자가 76세로 되었다.
이집의 아침 식사는 매우 간단하다.
비타민·철분·칼슘등이 강화된 밀가루로 만든 빵과 인스턴트 종합 수프, 제주도산의 딸기에 발효유요거트가 전부다.
엄마는 시간에 쫓겨 헐레벌떡 현관을 나서는 아빠와 철이에게 쫓아와 언제나처럼 녹색정제(타블리트) 5알씩을 주스와 함께 마시게 한다. 이것은 엽록소가 주성분으로 된 채소가공농축식품이다.
아빠는 회사일이 바빠 점심을 복도에 실치되어 있는 자동판매기에서 해결한다. 한식 자판기에서 전주 비빔밥과 냉이국, 후식으로는 컵수정과.
철이는 학교 급식을 친구들과 함께 먹는데 오늘의 메뉴는 철이가 좋아하는 감자튀김·우유, 그리고 커리라이스다. 후식은 유지방12%의 고열량 아이스크림과 큼직한 사과 한개.
한편 「고호」의 명화를 보러간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양지바른 잔디밭에서 점심상을 차린다. 레토르트파우치(특수포장지에 담고 살균가공한 것으로 통조림은 줄어들고 대부분 이것으로 바뀌었다)잔치다. 오곡밥파우치에 성냥불을 켜대니 푸른 불꽃이 나면서 데워져 2분후에는 마치솥에서 갓 지은 밥모양으로 된다.
이어서 컵에 진공동결건조 된장분말을 털어넣고 진공병에서 뜨거운 물을 부으니 된장국이된다. 국속에는 진공건조된 조개와 버섯도 들어있어 맛이 기가 막히게 좋다. 반찬은 파우치에 든 깍두기와 나물무침. 한술 뜨고 난뒤 술생각이 난 할아버지가 종이컵에 봉지의 가루를 붓고 수도물을 넣자 금방 산뜻한 매실주가 된다. 권커니 잣거니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거나해졌다.
집에서 점심식사를 혼자 쓸쓸히 마친 엄마는 온가족의 단란한 저녁식탁을 위해 슈퍼에 들러 장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집으로 오는 철이와 마주쳤다.
철이가 살펴본 엄마의 장바구니의 메뉴는 철이가 태어난 84년과는 전연 다른 내용이다.
대부분이 완전조리냉동식품으로 전자레인지에 넣기만 하면 곧 먹을 수 있는 것들이다.
콜레스테롤이 전혀 없는 콩고기로 만든 전골, 배양 미생물의 분말로 만든 새우와 만두, 거기에 과일은 유전공학에 의해 새로 선을 보인 바나감(바나나와 감을 교잡시켜 만든것)과 사과와 배맛이 함께 나는 배사과가 시장바구니속에 자리잡고 있다. 씻지 않고 곧 밥을 지을 수 있는 소포장미(미)도 들어있다. 유태종<고려대식품공학과교수><그림·지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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