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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처럼 번지는 「사원극기훈련」 기대만큼 효과없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국내 기업들의 사원교육에서 극기훈련이 대유행이다. 날로 치열해지는 기업간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회사 구성원들의 불굴의 투지와 어떤 어려운 문제라도 해결하겠다는 적극적인 자세, 구성원 상호간의 협동심과 신뢰감이 필요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극기훈련에는 예의훈련·행동력 강화훈련·장거리행군·야간산악행군·시장침투훈련등 매우 다양하다. 그래서 극기훈련의 명칭도 「킥·돌진대회」「84웅비」「포커스운동」「1백리 대행군」「성취인의 행진」등으로 표현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극기훈련은 일본식 훈련방법을 무비판적으로 그대로 본뜬 것이 많아 비판대상이 되고있는 것도 사실.
지난2일 전경련회의실에서 열린 「산악훈련 프로그램에 관한 심포지엄」에서도 참석자들은 산악훈련을 포함한 극기훈련이 일본의 「지옥의 훈련」을 무비판적으로 도입하는 경향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문제점
일본의 「지옥의 훈련」이 우리나라 기업에 본격적으로 도입된 것은 지난 82년 모잡지사가 일본의 사설연수기관과 「지옥의 훈련」교육생 알선계약을 맺고 수강생 파견을 알선했고 D건설등 몇개 기업은 일본에서 교육자료를 수집해 오기도 했다.
「지옥의 훈련」과 같은 극기훈련에는 강사가 이론을 가르치는 강의는 없다. 현장훈련·토론등을 중심으로 훈련이 이루어 지는데 적극성과 대담성을 기른다고 하여 발성훈련·역전가창훈련등도 시킨다. 어떤 기업은 40km의 야간산행이나 한밤중에 공동묘지를 혼자서 다녀오게 하기도 한다.
H식품은 40km의 철야산행끝에 정상에 오르면 촛불의식을 갖고 회사에 바치는 시를 낭송하기도 한다. 이때 감격해서 우는 사원도 있다고 한다. 교육담당자는 이것이 애사심의 발로라고 규정한다.
그러나 산업계 일부에서는 극기훈련의 효과에 대한 재평가를 요구한다. 극기훈련자체가 우리나라에서는 필요없다는 견해도 있다.
일본의 경우 2차대전후 징병제가 없어져 젊은이들의 정신훈련이 결여되어 있었고 각급 학교에서도 이와 유사한 훈련이 없었기 때문에 기업계에서 「지옥의 훈련」과 같은 극기훈련이 필요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학생군사교육·징병제도·민방위제도등이 있어서 일본과는 다르다는 의견이다.
또 이날 심포지엄에 참가한 이관희박사(경영학·쌍룡그룹고문)는 『극기훈련을 시행하는 조직체의 경영자가 말하는 효과는 ①체력 증진 ②인내심 앙양 ③정신력 함양 ④인화등인데 이것들은 우리나라의 경우 여러가지 훈련(예 군사교육·제도적 정신교육)에서 충분히 받아봤고 또 받고있다고 주장했다. 또 그룹활동을 통한 인화는 그 시간적 제약이 너무 크다는 주장이다.
극기훈련의 맹점은 그 효과의 지속성이 없다는 것. 특히 역전가창훈련에선 임직원 전원을 강제로 참가시키는 기업도 있다. 이럴경우 극기훈련의 효과보다는 종업원의 창의성과 자주성을 말살함으로써 그 부작용이 더 크다는 의견이다.
그리고 『충격적인 동기부여를 통해 생산성의 앙양을 지속하기에는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이 너무 앞서있다』는 것이 이관희박사의 주장.
특히 극기훈련을 채택하고 있는 기업의 대부분이 극기훈련과정을 승진에 필요한 과정으로 생각하고 있어서 피교육자를 비정상적인 사고를 갖도록 유도할 우려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올바른 극기훈련
등산의 가치는 인내심과 극기의 정신을 길러주고 성취와 충족감을 주는데 있다. 특히 등산 그 자체는 지식욕·탐구욕·정복욕의 소산이다.
최근의 등반경향은 결과를 중요시하는 등정주의에서 어떤 루트를 거쳐서 정상을 정복했느냐를 중요시하는 등로주의로 바뀌고 있다. 이것은 등산이 과정을 중요시 한다는 것을 반증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무작정 일본식「지옥의 훈련」같은 극기훈련을 도입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산악훈련의 목적이 협동심과 리더십의 배양, 극기력 배양에 있으므로 등산과 같은 산악훈련을 체계적으로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점에서 산악훈련의 효과를 제고시킬수 있는 체계적인 프로그램의 개발이 필요하다. <이상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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