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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내일을 연다<9>세무사 김미자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반드시 내야할 돈이라면 주는 사람은 가능한한 적게, 받는사람은 가능한한 많이 거두고 싶은 것이 세상사 이치.
납세의 의무 또한 법의 테두리 안에서 납세자와 세무당국간의 밀고 당기는 작업이 되는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이들 납세자와 세무당국간의일치점을 찾아주는 직종이 바로 세무사다.
지금까지 여성들로서는 도전초차 꿈꾸어 보지 못했던 이 세무사 세계에서 발판을 굳혀 가고 있는 김미자세무사 (27·진명세무회계사무실) 는 여자이기 때문에 세무사 직업이 어려울것도, 쉬울 것도 없다는 강한 직업의식을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여성 세무사가처음으로 선보인 것은 69년 배자하씨(41)가 세무사 자격증을 취득하고부터.
현재는 10여명의 여성 세무사가 1천7백여명의 남자 세무사들과 함께 당당히 어깨를 겨루어 나가고 있다.
세무사가 되는 길은 세무고시에 합격하거나, 국세행정에 10년 이상 근무해 10년중 3급이상 공무원으로 5년이상 재직한 경험이 있는 사람,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취득한 경우등 세가지.
대부분이 세무공무원으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세무사가된 경우지만 김씨는 순전히 독학으로 70대1의 관문을 뚫고 세무고시에 합격한 예다.
『납세자들은 세금납부금액이 억울하거나 손해본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는것 같아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적게 내는 것이 납세자의 욕심이라면 이 욕심을 정당한 납세의무자세로 바꾸는 작업도 바로 세무사가 해야할일이지요.』
「세무사는 바로 세무조정사」라고 정의하는 김씨는 이미 개업해 자리를 굳힌기성 선북 세무사들 틈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는 것이 우선 과제라고 말한다.
김씨가 세무사로서 사회에 첫발을 디딘 것은 83년1월 세무고시에 합격, 청계천3가에 진명세무회계사무실이란 간판을 걸고 10평규모의 개인사무실을 마련하고부터.
「세무사 김미자」 라는 명패가 커다란 책상 위에 반듯이 자리잡기까지 그가 치러낸 세월은 자못 감동적이다.
『가난한 농부의 5남2여중둘째딸로 태어나 공부가 하고 싶어도 돈이 없어서 고등학교를 진학못할 정도였어요. 그저형편대로 농사일을 하려했지만「도전이나 해보자」 는 용기가나오더군요. 그 길로 구로공단에 취직해 낮에는 학비를 벌고 밤에는 경희여상을 다니며 고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그후 여공에서 일약 경리사원으로 승격하면서 그의 인생도 새로운전기를 맞게되었다.
경리일을 하면서 세무사라는 직업에 눈을 뜨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오늘의 「김미자 세무사」 가 될 결심을 하게된 것.
『두번 낙방의 쓰라림을 맛보며 도서실 한 모퉁이에서 울던 시절을 생각하면 세무사일을 하면서 부닥치는 어려움은 쉽게 극복할수 있습니다. 어렵게 공부해 어렵게 따낸 자격증인만큼 후배여성세무사를 위한좋은 본보기도 되어야겠군요』
요즈음 그는 개업당시 매월수입·지출에 관한 세금산출을 해 줄 단골거래처 단 한 회사로 시작한 이래 10여개 단골거래처를 둘만큼 서서히 그 기반을 다지고 있다.
세무사들의 주요 업무는 개인의 상속세·증여세·부동산등기세·양도소득세등 구멍가게부터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세금에 관한한 모든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다.
그의 일과도 단골거래처의적정한 세금액을 계산해주고 부과된 세금에 불만이 있을 때는 납세자를 대신해 조정신청을 내는등 계산속에 파묻힌 날들이다.
1년정도 실무에 뛰어들어보니 세무행정이야말로 억압적 세정에서 서비스와 홍보가 뒷받침되는 친절·자발적 세정으로 바꿔어야한다는 그는 「남의 회사 세무처리인만큼 실수는 절대용납될수 없다」 는 직업의식을 철저히 되새긴다.
『일에 대한 정직한 평가만이 단골거래처를 만들어준다』 는 김세무사는 앞으로 평생의 경험을 바탕으로 수필집을 써볼 계획을 갖고 있다.
수입은 월 40여만원.
대부분은 저축으로 알뜰한 생활을 하지만 다음달 결혼날짜를 받아놓고 있어 결혼준비 자금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취미는 야구구경<육상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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