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중개수수료 논의가 무슨 의미에요. 이미 반만 받는데…”

조인스랜드

입력

[최현주기자] 요즘 주택 시장엔 활기가 돈다. 거래가 부쩍 늘어나고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던 집값도 솔솔 오르고 있다. 3월 한 달에만 전국에서 2만 여 건의 주택 거래가 이뤄져 2006년 이후 3월 중엔 거래가 가장 많다.

주택 거래가 늘면 안 팔리는 집 때문에 발을 동동 거리던 집주인이 가장 반갑다. 집주인 못지 않게 반가운 사람이 있다. 부동산 거래를 중개하는 공인중개사다.

금융위기로 부동산 관련 업계 전반에 걸쳐 고통 받는 이들이 많았지만 공인중개사들은 큰 타격을 입었다. 거래가 끊겨 일감이 없으니 당장 사무실 운영비를 감당하지 못해 문 닫는 중개업소가 늘었고 생존 위협을 받았다. 요즘처럼 거래가 늘면 가장 먼저 신바람이 나야 하는데 웬일인지 시큰둥이다. 서울 잠실동의 한 중개업소를 찾았다.

“요새 거래 늘어서 좀 살만하겠어요”라는 기자의 말에 돌아오는 답변은 “똑같아요”다. 일감은 늘었는데 수익은 별반 차이가 없단다. 중개수수료로 반값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이전의 두 배 거래가 성사되야 수익이 똑같다는 것이다.

얼핏 이해가 안된다. 이른바 ‘반값 중개수수료제’는 아직 본격적인 시행이 되지 않았다. 이달 1일과 지난달 6일 시행에 들어간 경기도와 강원도 외에는 아직까지 현행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시행이 확정된 인천·대구·대전은 이달 중 시행일이 결정될 예정이다. 서울을 비롯한 나머지 지역은 아직까지 논의 중이다.

그런데 현장에 있는 공인중개사들은 시행일은 의미가 없단다. 이미 ‘자체 시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 송파구 장지동의 A부동산의 공인중개사는 올 초부터 이미 중개수수료를 반만 받고 있다. 7억원 아파트 매매 거래를 성사시킨 후 매매가격의 0.9%인 630만원까지 중개수수료를 받을 수 있지만 0.5%인 350만원 받는다.

수입 절반 줄어…늘어난 직거래도 부담

거래 중개를 맡기는 조건으로 ‘반값 중개수수료’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는 “정부 발표를 근거로 주택 수요자들의 거래를 맡기는 조건으로 수수료부터 깎고 든다”며 “아니면 거래를 다른 곳에 맡기겠다고 하니 어쩔 수 없다”고 토로했다.

여기에 걱정거리가 한 가지 더 있다. 늘어나는 ‘직거래’다. 인터넷의 발달로 카페 등 커뮤니티를 통해 알음알음 부동산을 직접 거래하는 수요가 늘었다. 최근 모바일 앱을 통한 직거래가 확 늘어나면서 공인중개사의 입지가 좁아졌다는 것이다. 직거래는 대개 원룸 임대차 같이 거래 금액이 적은 매물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그런데 최근 오피스텔이나 소형 아파트까지 직거래 폭이 넓어졌다. 경기가 오랫동안 가라앉으면서 소비 위축으로 중개수수료를 아끼려는 수요가 늘어난데다 발품을 팔지 않고 간편하게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원하는 매물을 찾을 수 있어서다. 국내 한 포털사이트에 등록된 부동산 직거래 커뮤니티는 2500여 개에 이른다. 한 유명 부동산 사이트의 올 1분기 직거래 매물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가까이 늘었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B부동산 공인중개사는 “거래 금액은 작아도 원룸 월세 등은 불황에도 꾸준히 거래가 있어 기본 먹거리는 되는데 실컷 문의만 하고 직거래하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맥이 빠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단순히 먹거리가 줄어서가 아니라 직거래는 실제 소유주 확인이나 권리관계 등을 꼼꼼히 확인 해야 하는데 직거래를 선호하는 젊은층이 제대로 알아볼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전국의 공인중개사는 25만 여 명이 넘는다. 이 중 부동산 중개업소를 운영 중인 이들이 8만 여 명 정도다. 경쟁은 치열하고 먹거리는 한정적이다. 서민들의 주거 비용 부담을 줄이긴 위한 중개수수료 인하도 좋지만 이제 막 '보릿고개'를 넘긴 공인중개사에게 어느날 갑자기 떨어진 '반값 중개수수료'라는 날벼락은 가혹할 수 있다. 각 지자체마다 '논의'가 계속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일 것이다.

공인중개사의 '생존이 걸린 고민'을 들어보고 그들을 위한 새 길을 터주면 '반값 중개수수료'의 안정적인 정착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저작권자(c)중앙일보조인스랜드. 무단전제-재배포금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