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문화의 기수들|조각가 강대철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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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조각하면 흔히 석조·브론즈·목조를 내세우지만, 젊은 조각가 강대철씨 (37)만은 그렇지 않다.
석조나 브론즈처럼 남의손을 비는 조각보다 흙(점토)을 빚어 직접 가마에서 구워내는 조형테라코타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해냈다.
테라코타는 흙으로 시작해서 흙으로 끝나는 소박한 작업-.
강씨는 테라코타 작업을위해 아예 시골에 내려가 경기도이천군마장면장암리에 작업장을 짓고 3칸짜리 장작가마를 만들어 놓았다.
테라코타는 시골에서 할수있는 자연스런 작업일뿐 아니라 강씨의 작품세계와도 맞기때문에 이곳에서 장인의 기질을 한껏 발휘하고 있다.
지금까지 섭씨8백∼9백도에서 구워내는것을 테라코타의 적절한 온도로 알고 작업했지만, 강씨의 실험적 연구결과는 1천1백도 이상으로 구워야 한다는것.
온도가 낮을 경우 점토의입자 (입자)들이 완전히 소결되지 않는다.
강씨는 테라코타가 깨지기 쉽고 기온변화에 약하기때문에 보관에 문제점이 있다는 것에 착안, 실제 흙을 빚어 형태를 만들고 장작을 지펴 구워내면서 테라코타 작업의 비법을 얻었다.
점토의 선별과 배합을 연구한것-.
흙을 물속에 넣고 휘저어서 잡물을 없애는 수비과정에서 고온에 강한 점토를 적절히 배합, 새로운 기법을 터득했다.
테라코타가 온도변화에 약하다는것은 점토입자의 소결이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수분이 배어들어, 얼었다가 녹으면 파손된다는 원리를 알아내 소결되기 시작하는 1천∼1천1백도의 온도에서도 녹아버리지 않는 내화성이 높은 점토를 찾아낸 것이다.
강씨는 내화성이 높은 점토로 원형을 만들기 위한 소조작업부터 시작한다.
점토원형이 끝나면 석고로 겉틀뜨기작업을 한다.
석고 겉틀이 완성되면 그틀에다 점토를 밀어붙인다. 이때 두께가 일정해야 기포가 생기지 않기때문에 두께조정에 신경을 써야한다.
두께가 일정하지 않거나 기포가 생기면 굽는 과정에서 균열이 생겨 「10년공부 나무아미타불」이 된다고.
점토를 잘 밀어붙이고 겉틀을 떼어낸다. 점토상태의원형이 나오면 그늘에서 완전히 건조시켜 가마에 재워서 굽는다. 구울땐 불이라는 자연의 힘을 빌어야 하기 때문에 작가가 생각하지 않았던 우연의 효과를 얻을수도 있다는것.
더러는 작가의 의도와는 다른형태로 나타나기도한다.
지난해에 발표한 그의 테라코타작품전『K농장의 호박들』 은 이런 과정을 거쳐 새로운 기법으로 제작된것.
일단 야외에 전시, 온도의 변화 비등의 실험을 거쳐 일반에 공개되었다.
70년대 형태의 결구·볼륨·리듬을 통해 생명에 대한 관념을 시각화한 작품(생명질시리즈)과는 달리 그의 테라코타 작품은 생명에 대한 인식과 시선이 한결 구체화되어 있었다. 생명을 추상적 관념이나 메타포로서가 아닌 구체적 사물의 모습을 통해 드러냈다.
강씨는 78년 제1회 중앙미술대상, 국전 문공부장관상을 받은 역량있는 작가.
이제 강대철씨의 조형언어는 또 하나의 다른 세계로 문을 열고 있다.
오는5월 롯데미술관에서『돌이된 사람』이란 시리즈 작품을 내놓아 테라코타작업의 달라진 조형세계를 보여줄 예정이다.<이규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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