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중퇴, 14세 때 110원 들고 상경 1조대 그룹 일궈 … 2012년 의원 당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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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프로필엔 학력 사항이 없다. 2012년 19대 총선에 당선된 직후 국회수첩에 적힌 그의 학력은 목원대 명예경영학 박사가 전부다. 어려운 가정환경 때문에 초등학교 4학년을 중퇴해서다. 그래서 그에겐 늘 ‘입지전적 인물’이란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초등학교 중퇴 학력에도 불구하고 1조5000억원대의 그룹을 일군 능력, 34억원을 출연해 서산장학재단을 세운 열정, 재수 끝에 국회의원에 당선된 집념. 이런 그의 인생이 ‘입지전적’이란 단어에 담겼다.

 1951년 충남 서산 해미면에서 태어난 성 전 회장은 14살 때 110원을 들고 무작정 상경해 신문배달, 약 배달 등으로 돈을 모은 뒤 74년 90만원으로 화물운송업에 뛰어들었다. 77년 서산토건, 이후 대아건설을 차례로 인수하며 중견 건설업체를 일군 뒤 2003년엔 경남기업까지 거머쥐며 2008년 매출 1조5000억원의 대아그룹으로 성장시켰다.

 그러던 그는 정치에 뜻을 뒀다. 2003년 당시 자민련 김종필 총재의 특보단장을 맡아 정치에 입문했다. 하지만 정치를 시작하면서 고난이 뒤따랐다. 2004년 비례대표 2번으로 17대 총선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이후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러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 선진통일당 소속으로 고향 서산-태안에 출마해 당선됐다. 하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지난해 5월 선거법위반 혐의가 유죄 확정되며 의원직을 상실했다. 그러곤 올 들어 검찰의 자원외교 수사 대상으로 떠올랐다.

 성 전 회장 주변 사람들은 그가 2007년 MB 인수위 자문위원으로 활동했지만 2012년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선진당과 한나라당의 합당에 앞장섰다고 입을 모은다. 성 전 회장은 수사가 시작된 뒤 가까운 인사들에게 “선거법 위반으로 이미 사회적으로 죽은 나를 두 번 죽이는 거냐”고 호소했다고 한다.

이가영·박진석 기자 ideal@joongang.co.kr

◆경남기업=시공능력 순위 26위의 경남기업은 1951년 대구에서 출범(당시 회사명 경남토건)한 이래 국내외 건설 붐을 업고 성장하다 84년 전두환 정권하에서 대우그룹에 편입됐다. 대우 해체 이후 성 전 회장이 경남기업을 인수했지만 2009년 워크아웃 대상이 됐다. 법원은 지난 7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개시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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