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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과학칼럼

마이크로·나노로봇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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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로봇은 다양한 분야에 적용된다. 극한환경으로 우주와 마이크로.나노세계를 들 수 있다. 필자는 1990년대 초반부터 마이크로로봇에 관심이 있었다. 당시 나노라는 단어는 물리 외에는 없었다. 지금은 샴푸 선전에도 나오지만. 외국 연구진과 함께 과제 신청서도 만들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너무 일렀다. 그 후 국가사업을 하면서 위 분야에도 일부 투자해 기술 향상에 대해 나름대로 보람을 느끼고 있다.

이제는 로봇 기술이 발달해 다양한 기능과 지능이 없으면 로봇이라고 말하기 쑥스러울 지경이다. 그러나 필자가 개발했던 진단용 캡슐형 내시경은 몸통만 있고 손발이 없는 형태인데 사람들이 마이크로로봇이라 하고 필자도 그냥 그러려니 했다. 마이크로.나노로봇의 정의는 무엇일까? 실은 없다. 이유는 아직 별다른 연구가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마이크로에서 나노 크기이고 어떻게든 움직이기만 하면 로봇이라고 할 수 있다. 적어도 앞으로 5년 정도는. 작아도 움직이지 않으면 센서나 기구이지 로봇일 수는 없다.

과학과 달리 공학은 쓸모 있어야 한다. 마이크로.나노로봇은 무슨 쓸모가 있는 것일까? 병에 걸리면 약을 먹는데 부작용으로 힘들어 하는 경우가 많다. 병균 외에 건강한 세포까지 함께 죽기 때문이다. 병균 중에 박테리아는 마이크로 크기이고 바이러스는 나노 크기다. 약의 분자도 나노 크기다. 병균 크기의 마이크로.나노로봇이 일대일로 싸워 병균만을 죽인다면 이상적인 경우가 될 것이다. 뇌 같은 인체의 깊숙한 부위에 병이 생기면 이제까지는 약을 먹거나 수술했는데 부작용과 절개로 인한 통증 및 아무는 데 시간이 걸린다. 이같이 인체에서 마이크로.나노로봇은 중요하다. 소중한 인체 외에는 굳이 문제를 어렵게, 그리고 비싸게 풀 필요가 없다. 그리고 최근 나노.바이오기술의 발달과 함께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제까지 개발된 마이크로.나노로봇은 어떤 것이 있을까? 당뇨에 인슐린을 사용하는데 살아 있는 인슐린 분비세포를 새장처럼 구멍이 뚫린 마이크로캡슐에 담아 혈액에 주사하면 분비세포는 살아가는 데 필요한 산소나 양분을 혈액으로부터 얻고 인슐린을 분비한다. 캡슐을 이물질로 여겨 공격하는 면역세포는 몸집이 커 마이크로 새장 안으로 들어올 수 없다. 재미있으면서 성공적인 개발사례다. 인간은 마이크로 두께의 고분자 근육세포들이 뭉쳐 손발을 움직인다. 이러한 근육세포를 이용해 구동부를 개발하거나 세포 구동 단백질을 이용해 분자모터를 개발하고 있다.

박테리오파지라는 바이러스가 있는데 영락없는 나노로봇이다. 로봇은 원래 인간이나 동물을 흉내 낸 기계인데 거꾸로 로봇을 모방한 미생물 같다. 돌아다니다가 대장균을 발견하면 6개의 다리로 안착하고 드릴이 회전해 구멍을 뚫듯이 세포막에 구멍을 뚫는 등 모습도 로봇 습작품 같다.

기술 예측가들은 2020년 혈관 진단 마이크로.나노로봇의 출현을 얘기한다. 어떤 형태로든 나올 것 같다. 새삼 기술발전의 놀라움과 함께 관심 있는 공학자들의 분발을 기대한다.

박종오 전남대 교수·기계시스템 공학부·국제로봇연맹 회장